'양보는 없다' 文-김정은-트럼프, 비핵화 협상 '줄다리기'...전략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8.17 09:22

북한, 남한엔 '미사일 발사-文대통령 비난'...북미대화 선순위 기조

文정부, 北에 직접적인 '맞대응' 자제...대화 통한 문제해결 촉구

재선앞둔 트럼프, 북한과 성과도출 주력...한국엔 '방위비 인상' 압박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나는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을 보기를 원한다.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8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예의주시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게 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지만, 그 역시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 있다."(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남조선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고 있지만 우리는 남조선과 더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8월 16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


북한이 지난 6월 말 판문점 회동 이후에도 계속해서 동해상으로 발사체를 발사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비핵화 협상을 두고 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남한을 향해 적대적인 감정을 표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는 대로 실무협상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미국과의 '케미'를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의미를 연일 축소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이르면 이달 하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압박 전술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며 북한을 향해 불만이 있으면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미사일 발사에 도 넘은 文대통령 험담까지...남북대화 '깜깜'

올해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한과 북한과의 대화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조선 당국은 추세를 보아가며 좌고우면하고 분주다사한 행각을 재촉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다"며 남한을 향해 불만을 표출한 이후 시간이 갈수록 비난을 넘어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급기야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이달 16일 대변인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망발'이라고 표현하면서 남북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남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조평통은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가 웃기는 사람",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북쪽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에…" 등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동원해 비난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같은 날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로 보이는 미상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면서 남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건 지난 10일 이후 엿새만으로 지난달 25일부터 따지면 3주 사이 모두 6번 발사했다. 올해 전체로는 8번째 발사다.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북미 간 협상이 궤도에 오르기 전에 남북 대화를 뒷순위에 두겠다는 기조를 거듭 확인함과 동시에 향후 진행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협상에 들어가기 앞서 남한으로부터 중재자, 촉진자의 역할을 거듭 촉구하고, 혹시나 협상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모두 남한 측에 돌리려는 복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과거와 달리 올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을 남한에 집중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한 점도 주목할만 하다. 비핵화 협상 대상은 남한이 아닌 미국인 만큼 북미 간 협상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남북 대화를 뒷순위에 두겠다는 기조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 문 대통령, 북미협상 조기개최 집중...맞대응 자제 속 '대화' 강조

그러나 북한의 도발과 비난의 중심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신중한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북한을 향해 거칠게 대응했다가는 어렵게 이뤄놓은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막무가내식 전략에 말리지 않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큰 그림을 위해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간의 행보를 지켜보며 북미 간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지난 6월 말의 판문점 회동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모두 북미 간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불만스러운 점이 있어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만이 있다면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 '체제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 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에 적절한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지나친 강경 대응보다는 '절제된 반응'을 통해 상황 관리를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가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해도 '가만히' 있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북한의 담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당일 두 차례나 입장 표명을 내고 신속 대응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는 북한의 담화 직후인 16일 오전 10시 30분께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그러한 발언은 남북정상 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합의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4시간 만인 오후 2시 30분께에는 통일부 당국자가 익명 보도를 전제로 한 브리핑을 자처해 "북한이 우리민족 최대 경사인 광복절 다음 날 우리에 대해 험담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오전보다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간 정부가 북한 매체의 발언에도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한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유감 표명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도' 넘은 막무가내식 비난은 참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비핵화 협상은 북미 간 대화에 달린 만큼 남북 간의 대화의 여지도 남겨둠과 동시에 '상호존중', '금도' 등과 같은 단어를 써가며 북한에 '지켜야 할 선'은 지키자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재선 앞둔 트럼프, '선 비핵화-후 상응조치' 기조 속 북미협상 주목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을 향해 연일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끈끈한 관계를 거듭 과시하면서도 북한과 추가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년 재선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의미를 거듭 축소하며 김 위원장과 케미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김정은은 친서에서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고 친서 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트윗은 북한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오전 5시 34분과 오전 5시 50분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진 지 15시간여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날 3쪽짜리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친서는) 단거리 미사일들의 시험 발사에 대한 작은 사과였다"며 김 위원장이 훈련이 종료될 때 이 시험 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행보를 볼 때 단순히 '북한'과의 대화를 한다고 해서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대한 추가적인 카드를 내놓지 않는다면 대북제재 해제 등 상응조치 역시 줄 수 없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결국 북미 대화의 성패는 미국보다는 '북한'의 행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나는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을 보기를 원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나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 '비핵화 시 더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거듭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자마자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북미 정상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 당시 '2∼3주 후' 열기로 합의한 뒤 지연돼온 북미 간 실무협상이 언제쯤 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연합훈련 종료에 맞춰 20~22일 한국을 방문하는 만큼 북미 실무협상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는 그동안 "한국으로부터 사실상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매우 불공평하다"며 한국이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했다고 '대폭 증액'을 기정사실로 하며 이미 협상이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9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 내용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문제 삼아온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고 언급,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이를 지렛대로 간접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해 동맹을 약화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더해 지난 9일 뉴욕에서 열린 재선 캠페인 모금 행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녔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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