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성장률 2.4% 보는데…"장미빛 전망" 지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12.19 14:49

해외 기관·민간단체 제시치보다 0.1∼0.6%p 격차
"더블딥 가능성 여전히 상존…반도체 업턴이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2020 경제 안건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2.4%로 제시했다. 3대 분야 100조원 투자와 소비 촉진 인센티브 도입 등으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반영한 목표치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론 민간단체, 국제기구, 국내외 투자은행(IB) 등이 내놨던 전망치보다 최소 0.1%포인트에서 최대 0.6%포인트가량 웃도는 수치로, 정부 홀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하방 위험이 예상보다 확대돼 투자와 수출이 부진했지만,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것이라는 게 외부 전문기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기에 이를 기본 시나리오로 삼았다. 여기에 정책효과에 힘입어 성장률이 2.4%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무역갈등이 일차적으로 봉합되는 분위기에서 세계교역이 회복하고 수출도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 주요 기관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단위 %)
기관명  2019년  2020년
정부  2.0  2.4
한국은행  2.0  2.3
국제통화기금(IMF)  2.0  2.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  2.3
한국개발연구원(KDI)  2.0  2.3
한국금융연구원  1.9  2.2
산업연구원  2.0  2.3
현대경제연구원  1.9  2.1
LG경제연구원  2.0  1.8
한국경제연구원  1.9  1.9


정부는 내년 수출(통관 기준)이 3.0%, 수입은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수지 흑자폭은 808억 달러, 경상수지는 595억 달러 안팎으로 제시했다.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1년 내리 감소했지만, 기저효과를 딛고 올해 12월 1∼10일 7.7% 증가세로 돌아섰고 앞으로도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는 선박 수주량이 2018년 130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크게 늘면서 앞으로 선박 수출이 증가 전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반도체 업황 개선 역시 수출 증가의 큰 요인이다. 세계반도체 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12.8% 감소했지만, 내년에는 5.9%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반도체 수출 단가도 회복될 것으로 봤다. 이를 통해 IT 업종 투자가 확대되면 설비투자도 5.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디스플레이 업황 개선과 삼성전자가 OLED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협의를 통해 내년중 민간기업이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 착수하고, 연내 15조원 정도의 추가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간소비는 기초연금 인상과 의료·생계급여 확대 등으로 이전소득이 증가하면서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고, 심리도 회복하면서 2.1% 증가를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2.4% 감소할 전망인데, 선행지표에 해당하는 건물 수주량과 착공면적이 3분기에 각각 0.2%, 16.3% 감소하면서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내년 공공투자 목표를 올해보다 5조원 늘린 60조원으로 잡았다. 연구개발(R&D) 투자는 일본 수출규제에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과 세제 혜택 확대 등으로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모두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부 기대와 달리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1%대 후반에서 2%대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42개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로부터 집계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2.2%다. 소시에테제네랄(1.9%), UBS(1.9%),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1.8%) 등도 2%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 연구기관 역시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했고, LG경제연구원은 내년 1.8%로 악화할 것으로 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모두 1.9%, 한국금융연구원은 1.9%, 2.2%를 제시했다. 그나마 국책기관인 한국은행과 KDI만 내년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성장률을 각각 2.3%, 2.2%로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경기 바닥론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지만 여전히 더블딥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내년 국내 경제가 올해보다 소폭 반등하겠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에 많다. 대내외적으로 보호무역주의와 부채 리스크 등이 상존하는 환경이고, 투자 확대를 제약하는 불확실성과 저물가 지속 등의 영향으로 반등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는 내년 상반기 투자를 집중하고 중장기적 측면의 경제 체질 개선 등의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와 가계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심리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대외적으로도 변화하는 통상정책에 대응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수출 품목과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준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