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은근한 혐오’ 부추기는 유튜버들 ?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2 17:26

조재형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떻게 됐을까’ 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 사회에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확진자가 늘고 있어 시민들의 우려도 높아지는 요즘, 동대구역에서는 때 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영상이 한 편 올라왔다. 영상 속에는 방역복을 입은 두 사람이 마스크를 쓴 남성을 뒤쫓고 있다. 상황이 제법 긴박해 보인다. 역 근처를 지나던 시민들이 동요하고 놀라는 장면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평소 유쾌한 몰래카메라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이번 감염증을 소재로 제작한 ‘몰래카메라’였다.

출연한 시민들에게 "몰카였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했으니 문제는 없는 걸까? 애석하게도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촬영 당일 동대구역에 있던 한 시민이 추격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린 것. "동대구역 X된 듯?"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우려하는 마음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기자가 SNS를 보고 속보를 쓰는 세상이다. 조금만 잘못 퍼졌다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 가짜뉴스가 될 수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속칭 ‘우한폐렴 몰카’는 대중의 뭇매를 맞았고, 그들은 유튜브 커뮤니티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몰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과 별개로 ‘프랭크(prank : 몰래카메라)’는 오래된 예능 형식이다. 오늘날 몰래카메라는 방송 현장에서 종종 생산돼 전파를 탄다. 대중이 ‘프랭크’를 보고 웃어넘길 수 있는 건 제작자들이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인데, 위의 몰카는 실재하는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몰카로 포장했다. 소재 선정부터 어긋났으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과문에 적은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라는 말이 진심이었다면 차라리 ‘몰카’라는 껍데기를 벗었다면 어떠했을까? 만약 메시지에 집중한 공익 영상을 한 편 제작했다면, 조회수나 구독자에서 손해를 입더라도 진짜 멋있는 크리에이터로 박수갈채를 받진 않았을까.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떻게 되었을까?>를 쓴 뒤로 여기저기서 강의 제안을 받는다. 대개 청소년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리인데, ‘유튜버 되는 법’은 많고 많으니 크리에이터로서 롱런할 수 있는 방법과 마인드를 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강조하는 것은 ‘사고치지 않기’다. 신뢰할만한 정보를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세상이라 콘텐츠는 언제든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결정만으로 방지할 수 있는 사고도 존재하는 법이다.

여기에 존재 자체가 ‘사고’였던 유튜버가 있다. 아, 그동안 계속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해놓고 갑자기 ‘유튜버’라고 하는 건 그가 ‘못된 아이디어’로 중무장 했기 때문이다. 대중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한 달 만에 구독자 수십 만 명을 모은 사람, 투렛 증후군(틱 장애) 환자들의 희망이 될 ‘뻔’했던 ‘아임뚜렛’이다.

그는 자신을 투렛 증후군 환자라고 밝힌 뒤 유튜브에 라면 먹기와 미용실 방문하기, 요가하기, 젠가 쌓기 등의 영상을 공개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상이지만 투렛 환자에게는 얼마나 다르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지를 보여줬고, 대중은 도전을 계속하는 아임뚜렛에게 기꺼이 구독 버튼을 누르며 화답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반전이라고 부르기도 참담한 진짜 정체가 곧 밝혀졌다.

일부 구독자들 사이에서 "아임뚜렛의 증상이 과장됐다"라며 조작설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가 가사를 ‘또박또박’ 읽는 래퍼로 활동했다는 과거까지 드러나며 의심이 증폭됐다. 해명 요구가 빗발쳤고 마침내 그는 "투렛 증후군 증상을 과장했다"라고 고백했다. 장애를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한 것이다. 극단주의 커뮤니티에서는 아임뚜렛의 제스쳐를 흉내 내며 투렛 증후군 환자를 조롱하는 일이 발생하기까지 했단다. 설레는 마음으로 중고 거래를 했더니 벽돌이 배송된 것, 딱 그 꼴인 셈이다.

유튜브가 인기를 얻기 이전에도 일부 개인방송 진행자들은 꾸준히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다. 레거시 미디어에 비해 소재도 분위기도 자유롭다는 점이 개인방송의 매력이라지만, 이 또한 대중이 보는 콘텐츠라 넘지 말아야할 선은 있다. 콘텐츠의 확산이 여느 때보다 빠른 시대다. 인기 크리에이터들은 더욱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당신이 쌓아올린 모든 성과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사회적인 논란 이전에 당신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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