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두산중공업 금융지원은 정답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4.02 10:52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노동석


두중의 질문에 정부가 답을 했다. 노조에 휴업 협의요청서를 보낸 후 보름여 만에 정부가 1조원을 긴급지원하기로 했다. 보도에 의하면 자구노력 등을 보면서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두중 구제금융 지원 결정을 두고 ‘병주고 약주기’,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빨간약 발라주기’와 같은 야권의 평가와 ‘개별기업의 경영난에 왜 공적기금을 들여나 하나’와 같은 환경단체의 비판이 이어졌다. 양쪽 다 그다지 좋은 반응이 아니다.

한때 매출순위 50위권의 대기업이었던 두중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계열사 부실에 의한 부담 증가, 세계 발전시장 침체와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경영 실패, 그리고 정부의 급작스러운 탈원전 정책 등이다. 두중의 매출액은 2012년 대비 50% 아래로 추락했다. 장기간 동안 매출이 발생하는 중공업의 경우 수주잔액으로 기업의 미래를 평가한다. 두중 수주잔액은 2016년 9조원대에서 지난해 3분기 2조원대로 줄었다. 금년 말 신고리 5,6호기 납품이 끝나면 내년 두중의 공장 가동율은 한자리 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회사 내부 전망이다. 일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중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탈원전에 초점을 맞추어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 탈원전 정책과 두중 경영난의 관계다. 그동안 정부는 두중 경영난의 원인은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 경영실패가 원인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세계 발전시장 침체, 특히 석탄화력 발주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전후 맥락이 맞지 않는다. 두중의 경영난이 일부라도 탈원전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인가. 아니면 탈원전은 향후에 번복될 수 있으니 두중을 살려두어야 한다는 것인가.

둘째, 중소기업이 더 큰 문제다. 원전건설, 부품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약 2000여개의 업체가 참여한다. 두중만 돕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실제 탈원전 정책으로 더 어려운 업체는 언론의 주목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중소업체다. 얼마 전 원전부품사 180여곳은 연대서명 방식으로 청와대에 건의문을 제출했다.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건설을 재개해 달라고. 돌아온 답은 청와대가 아닌 산업부 과장 전결로 처리된 건설재개 불가 통보였다. 중소업체로서는 허탈을 넘어 분노가 표출될 일이다.

셋째, 두중 금융지원은 단기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약효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 진통제 역할에 불과하다. 두중 자금지원은 구제금융의 성격이다. 구제금융이란 기업이 파산하는 경우 국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공공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구제금융은 기업의 회생 가능성과 상환을 전제한다. 탈원전 정책이 지속된다면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감이 없는 데 무슨 수로 돈을 벌어 갚겠나. 업종전환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중공업의 사업전환은 식당을 편의점으로 바꾸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적자금이 부실채권이 되면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들에게는 이것도 에너지전환(탈원전) 비용이니 그리 알고 계시라는 것인가.

두중을 비롯한 이천여개 협력사 경영이 정상화되기 위한 좋은 처방은 일감이 생기는 것이다. 두중과 협력사들이 희망하는 정답이다. 일감이라면 건설 중단 중인 신한울 3,4호기와 해외 신규원전이 빠른 시일 내에 수주되는 것이다. 우리가 수주하려 하는 해외 신규원전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사우디 프로젝트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야 2023년 이후에야 건설이 시작될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수주한다는 것을 전제할 경우에 그렇다는 거다. 국가가 나서고 돈 보따리를 싸가지고 가서 협상해도 난제가 한 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처방은 신한울 3,4의 건설 재개뿐이다. 원전 산업계의 수명이 4~5년 연장될 수 있는 해결책이다. 그동안 관련업계는 다른 길을 모색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와 탈원전, 탈석탄으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전력수급 불안에 대비할 수 있다. 그것도 싼 값에. 이 결단이 머 그리 어려운 일이겠나. 오늘 두중은 700여명의 가장을 집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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