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실력' 드러난다…달리는 윤종규에 조용병 승부수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9.10 17:42

3분기도 KB금융 '선두' 추정…연말까지 경쟁 격화
KB 윤종규, 푸생 편입 힘입어 하반기도 선전 예고
신한 조용병, '회심의 카드' 필요...고민 깊어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선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KB금융은 3분기에도 신한금융을 따돌릴 것으로 추정되면서, 올 한 해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윤종규 회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영향 등에 힘입어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의 전략에 맞서 조용병 회장은 회심의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순이익은 KB금융은 9332억원, 신한금융은 9255억원으로 각각 추정됐다. 간발의 차이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KB금융이 앞서는 모양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KB금융 순이익은 0.8% 떨어지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신한금융은 11.7%나 하락한 것으로 예측됐다. 상반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신한금융이 약 900억원 앞서 있는데, 앞으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규모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치며 금융권의 순위 경쟁이 무색해졌다고는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KB금융은 내·외실을 모두 다지며 순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KB금융은 1분기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KB증권 부진으로 다소 실망스런 성적을 거뒀으나, 2분기에는 회복에 성공하며 금융지주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아직 누적 기준 순이익은 신한금융이 앞서 있지만 KB금융이 하반기 푸르덴셜생명 편입 등 호재가 있어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여기다 금융권을 덮친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비껴나 있어 배상금이나 충당금 등의 부담에서 자유롭다. 

반면 신한금융은 올 들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한 후 단순한 순위 싸움에서 벗어나 일류가 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막상 성적이 좋지 못하면 신한이 내세우는 리딩 금융그룹이란 타이틀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여기다 신한금융의 경우 하반기를 잘 풀어갈 만한 마땅한 카드가 현재 없는 상태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올해 순이익 추이.


특히 라임 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에 휘말려 있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425억원 규모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원금 100% 배상안을 받아들여 당장 이달 배상을 앞두고 있고, 신한은행 또한 라임 펀드, 아름드리 무역금융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연기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상반기 사모펀드와 관련해 충당금과 영업외비용 등으로 2000억원 규모를 반영한 상태인데, 향후 추이에 따라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

조용병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부문별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잇따른 펀드 사태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자산관리 부문 영업이익은 767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6% 줄었다. 관련 수수료 이익을 봐도 증권수탁을 뺀 펀드·방카슈랑스, 신탁 등에서 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KB금융이 상반기 순수수료이익(1조3813억원)에서 약 22%의 큰 폭의 성장세를 거둘 때, 신한금융(1조1290억원)은 4% 늘어나는데 그치며 KB금융과 다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해외부문도 주춤하다. 신한금융의 상반기 해외부문 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15%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해외 시장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그룹과 동맹을 맺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KB금융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입지 다지기에 성공했다는 낭보를 전해오면서 KB금융의 해외 성과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다 신한금융이 최근 홍콩 소재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를 유치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주주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 여력을 확보하고 해외 투자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지만 시기상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10일 기준 주가는 KB금융 3만7700원, 신한금융 2만8600원으로 벌어진 상태다. 시가총액도 금융지주 중 KB금융이 15조6750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올랐고, 신한금융은 13조6535억원으로 내려 앉았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조용병 회장의 회심의 카드가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2017년 KB금융에 1등 자리를 빼앗기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에 뛰어들며 선두를 되찾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악사(AXA)손해보험, 자산운용사 인수 가능성 등에 신한금융이 꾸준히 언급되는 것도 조 회장의 또 다른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경우 손해보험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 포트폴리오 완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M&A의 경우 편입이 돼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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