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3高 공포] 韓 경제 위기감 고조···재계 수익성 악화 ‘초긴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17 15:42

금리·유가·환율 고공행진···전쟁·선거 등 불확실성에 인플레 압박까지

원자재 구입 부담 커지고 수요 위축 우려···해외 투자 늘린 기업도 ‘압박’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달러-원 환율이 1399.8원으로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 때 17개월만에 140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달러-원 환율이 1399.8원으로 표시돼 있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 때 17개월만에 140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동에 감도는 전운(戰雲).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세계적으로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박. 중국 경기 침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미국 대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투자 부담. 4·10 총선 야당 압승으로 더욱 커진 반(反)기업법 추진 우려.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지면서다. 고금리, 고유가, 고환율의 '3고(高) 공포'가 돌아오며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45포인트(0.98%) 빠진 2584.14로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 행진이 계속되는 등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으며 급락세가 이어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6일 장중 1400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1달러 가치가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앞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이다.


국제유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28% 오른 배럴당 85.65달러에 거래됐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 역시 전날보다 0.28% 올라 90.35달러를 찍었다. 영국 투자은행 리버럼캐피털은 16일(현지시간) 유가가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침체 징후가 보이지만 금리를 내리기는 힘든 처지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에서 아직 경기 과열 조짐이 보이고 물가도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매 판매지수는 전월 대비 0.7% 늘어 시장 예상치(0.3%)를 뛰어넘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로부터 “(지금은) 금리를 인하할 긴급한 상황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3고' 파도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재계에서는 한숨 소리가 나온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소비 시장에서 고객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걱정이 우선 커지고 있다. 4·10 총선 야당 압승,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정책 관련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항공·여행, 철강 등 산업군에서는 환율에 대한 공포가 특히 심각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이익 변동폭이 큰 항공 업계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까지 커진다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사들은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율 상승이 부담이다.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식품·유통 업계도 경영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 시장에 수조원대 투자를 약속한 대기업들 역시 원화 약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등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곡소리가 나온다.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 부담까지 높아져 영업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유사 입장에서도 당장은 재고평가 이익 등이 늘어나지만 고유가 기조가 계속되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금리 시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우리 중소기업들이다.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투자유치도 힘들어져서다. 우리 경제 뇌관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 역시 고금리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리·유가·환율 등)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경영 불안감을 키우는 가장 큰 요소"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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