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풋옵션 덫’ 걸린 신세계, 지마켓·옥션 인수 악수(惡手)였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5.01 15:30
기자수첩 사진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유통업계에선 최근 신세계그룹과 사모펀드 간 '1조원 풋옵션' 분쟁이 화제거리다.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엔 엎친데 덮친격으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 두 사모펀드가 투자금 회수에 나서겠다고 밝혀 신세계의 긴장감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분쟁의 발단은 그룹과 사모펀드가 맺은 투자계약 조건에 있다. 두 사모펀드는 지난 2018년 10월 신세계그룹과 투자약정을 맺고 1조원을 투자해 각각 SSG닷컴 지분 15%씩 확보했다.


당시 투자계약서에는 풋옵션(특정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내용이 포함됐다. SSG닷컴이 지난해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IPO(기업공개)를 할 준비가 됐다는 의견을 받지 못하면 FI(재무적 투자자)가 보유주식 전량을 신세계그룹에 매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적자를 내고 있는 SSG닷컴은 현재 IPO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두 사모펀드는 여기에 SSG닷컴의 현재 총거래액이 투자계약 조건 GMV에 미치지 못했다며 투자금 회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신세계측은 SSG닷컴 상품권 발행매출을 포함하면 투자 계약 당시 총거래액 조건을 충족한다며 사모펀드측 풋옵션 실행 요구를 거절했다.




현재 신세계그룹과 사모펀드 간 쌍방 입장을 고려하면 풋옵션 분쟁은 쉽게 해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SSG닷컴에 투자할 당시 조달한 인수금융 만기가 한 두 달 안에 도래한다. 신세계는 당장 1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받아줄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풋옵션이 유효하다고 인정하면 공시 위반과 회계처리 위반으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풋옵션 분쟁을 두고 온라인사업이 신세계그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3조4400억원을 들여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으나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마켓 인수를 통한 시너지를 크게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신세계는 그동안 온라인사업 확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온라인 사업 부진 속에서 신세계가 과연 풋옵션 분쟁의 위기를 해결할 어떤 묘안을 찾아낼 지에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예온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