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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본부장<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
우리나라 제조업은 모두가 알다시피 완제품과 반제품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면 부품소재나 원료물질 제조 분야가 매우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취약성은 국내에서 금속광물자원이 거의 산출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광물자원개발이 한 나라의 근대화 및 공업화의 기초가 된 경우는 허다하다. 우리나라도 그나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 비금속 자원인 석회석과 무연탄이 60~70년대 공업화의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금속광물자원의 경우, 우리는 불행히도 99%를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자원빈국이다. 그러다보니 금속광물자원으로부터 제조되는 기초 원료소재와 그로부터 다시 응용 제조되는 부품소재 분야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하였듯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완제품 및 반제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원료물질이나 부품소재 산업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이는 국제 정세 등의 외부적 리스크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 있다. 2010년 9월 중국과 일본의 다오위다오(센카쿠) 영토 분쟁이 중국의 희토류 자원 대일 수출금지 조치로 이어져 이에 일본이 굴복한 바가 있다. 이는 위와 같은 염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 이후 중국의 희토류 자원 수출 쿼터제 등으로 1~2년의 짧은 기간에 희토류 가격이 수십 배 폭등하여 전 세계가 그야말로 희토류 패닉에 빠진 바 있다. 이런 면에서 광물자원, 특히 금속광물자원의 확보가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 나라에게는 사활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해 둘 필요가 있다.
과거 미·소 냉전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소(러시아)를 비롯, 중국과 일본 등 기술 선진국들이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소련만이 아프리카를 두고 치열한 정치 경제적 경쟁을 펼쳤으나 지금은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금속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어디 아프리카뿐인가? 남미, 동남아시아, 몽골, 심지어 극지방까지 전 세계 광물자원이 풍부한 곳은 기술선진국들의 광물자원 전쟁터가 되었다.
불과 며칠 전 8월 22일자 조선일보에는 “중, ‘천 년 적대국’ 몽골도 품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11년 만에 몽골을 국빈 방문하여 중국이 몽골에 철도와 도로를 건설해주고, 몽골의 석탄, 구리, 철광석 등 지하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의 협력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이 이처럼 자원확보를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몽골인의 대 중국 적대감정을 고려할 때, 그리고 몽골과 광물자원 관련 협력 연구 사업을 진행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 기사는 씁쓸하다 못해 허탈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이미 2010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되었고 석탄뿐 아니라, 철광석, 희토류, 텅스텐, 인듐, 알루미늄 등 금속광물자원의 세계 1위 생산국이자 각종 금속광물자원의 보고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몽골 등 세계 각지에서 광물자원의 추가적 확보를 위해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또 어떠한가? 2010년 센카쿠 열도 사건 이후, 일본은 불과 2년 사이에 희토류의 대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대폭 낮추었다. 이렇듯 일본은 희토류 뿐 아니라 각종 금속광물자원의 수입 다변화 및 확보를 위하여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장기 안정 공급책을 강구하고, 합작투자 등 기술과 경제 지원을 병행한 직접 확보 방안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광물자원의 확보를 위한 일관성 있고 구체적인 국가 차원의 전략과 체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산업이 이렇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되기까지는 관이건 민이건 강력한 컨트롤 타워에 의한 전략과 체계가 있었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광물자원의 확보를 위해 강력한 컨트롤 타워에 의한 일사불란한 전략과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국가 경제를 위해 광물자원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