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장면은 자율규약이나 윤리적 잣대는 '엄격'
▲드라마 <미생> 오 과장의 극중 흡연장면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
[에너지경제 유재형 기자] 원 인터내셔널의 상사맨들은 흡연구역에 모이기만 할 뿐 왜 담배 피는 사람은 없을까?
최근 종영한 tvN드라마 <미생>에서 담배를 깨무는 극중 인물의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인물의 심리묘사 중 갈등이나 치열한 내적 고민이 있는 장면이면 어김없이 꺼내 무는 것이 담배이지만 실제 TV 속 화면에는 잡히지 않는다.
시청자의 흡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03년부터 방송사들이 자율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의 자유보다 공공보건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통념을 받아들인 결과물이 드라마 속 흡연 장면 규제이다.
엄밀하게 따져볼 때 극중 오상식 과장이 라이터를 켜고 담뱃불을 붙인다고 해도 방송 심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지상파 자율규약에 케이블사인 tvN이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미성년자 등 ‘시청 대상자의 정서 발달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방송윤리를 어겼다 볼 수 있기에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은 뻔하다. 자라는 청소년들이 이를 보고 따라한다는 지적도 피할 길이 없다.
실제 드라마나 영화 속 흡연 장면은 곧바로 흡연욕구로 이어진다는 게 최근의 연구 결과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패트릭 E. 자미에슨 교수 연구팀이 50년간 나온 TV속 흡연 장면 패턴을 분석한 결과, 시간별로 TV속 흡연 장면이 추가 될 때 마다 흡연자들은 매년 2갑 이상의 담배를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왔다.
TV속 흡연 장면과 실제 흡연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녔기에 금연을 어렵게 만든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과거 인기드라마 <하얀거탑>에서도 흡연 장면은 한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주인공이 스트레스를 흡연으로 풀고, 결과적으로 폐암으로 죽는 장면이 원작에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방영된 드라마에서는 흡연 장면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보다 우선적으로 시청자와 윤리적 약속을 우선한 결과이다.
대다수 시청자들은 이를 논란으로 보지 않고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부 흡연자 중심의 시청자는 극의 전개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또한 <미생> 열풍이 담배와 엮어 불러온 흥미로운 에피소드이다.
한편, 이와 관련 SNS 상에는 "극중 인물들이 흡연구역은 참 많이 가고, 담배를 물기도 많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피운 적은 없다. 속 시원하게 담배 한 대 피울 여유조차 없는 그들. 내가 대신 두 대 피운다.", "흡연 씬은 없지만 모자이크 넣지 않으려 극중 캐릭터 들이 죄다 담배 피러 나왔다가 불은 붙이지 않는 어쩔 수 없는 옥의 티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유재형 기자(peom@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