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무궁화에 대한 오해 이젠 버려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02.23 16:56

이종석 서울여대 명예교수

▲이종석 서울여대 명예교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무궁화를 나라꽃인 국화(國花)로 제정한 바는 없다. 그렇지만 무궁화는 태극기와 함께 대표적 상징성을 가진 꽃으로서 우리 민족의 가슴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꽃임에는 틀림이 없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일컬어 무궁화가 많은 지역이라고 해서 근화향(槿花鄕)이라고 일컬어 왔다. 역사적으로 살펴본다면 무궁화는 단군조선이 건국되기 이전에도 환(桓)나라의 꽃 즉 환화(桓花)로 불렸다. 산해경(山海經)에는 "군자국(君子國)에 훈화초(薰花草)라는게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라고 기록돼 있다.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일컫고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 진(晉)나라 때의 기록에는 "음력 5월에 번성하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므로 세상 사람들이 ‘아침살이’라고 하며 그 이름은 순(舜)이라고 한다"고 나와 있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무궁화는 온대지방에서 잘 자라는 낙엽성 관목으로 키가 3-4m까지 자라는데 추위에 다소 약한 편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경우 해발 500m 이상의 고지대나 함경도와 같은 고위도 지방에서는 겨울철 추위에 피해를 입기 쉽다. 무궁화는 기온이 높아지고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긴 장일조건(長日條件)에서 꽃이 피는데 보통은 7월 초순부터 시작하여 10월 서리가 내릴 때까지 계속 핀다. 개화습성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 무렵에 지는 하루살이 꽃이지만 수명이 짧은 대신에 날마다 새롭고 신선한 꽃을 지속적으로 피운다. 꽃은 지름이 10cm 내외에 이르는 꽤나 큰 꽃으로 5장의 꽃잎으로 구성이 돼 있다. 한 자리에서 천년을 버티고 서있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와는 달리 무궁화나무는 수명이 길지 않아서 백년을 채 넘기지 못하기에 노거수(老巨樹)를 찾아보기 어렵다. 식물의 특성상 자생군락지라고 할 만한 집단 서식지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전국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자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무궁화와 동일한 족속의 식물들은 세계적으로 약 200여종이나 있다. 하와이무궁화나 부용화, 황근도 같은 집안이긴 하지만 상호간에 교잡이 되지 않는 먼 집안일뿐이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등 전세계적으로 57개국에서 가꾸어지고 있는 대단히 인기 있는 식물이다. 무궁화는 관상용 뿐만아니라 어린잎과 꽃봉오리는 식용, 꽃잎은 차, 나무와 뿌리껍질에는 말발산, 스테르쿨린산, 디하이드로스테르쿨린산, 사포나린 등이 함유돼 있어서 약용과 노화억제용 화장품 재료로 이용되는 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무궁화는 뭐니 뭐니 해도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맥락을 함께 한데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긴 1910년 이후, 한서 남궁억 선생은 그의 고향인 강원도 홍천의 보리울로 돌아가 모곡학교를 세워 독립정신을 일깨웠다. 특히 학교에 무궁화묘포장을 만들어 10여만주에 이르는 묘목을 양성하고 전국 각지의 교회와 학교 등에 나누어 주면서 널리 심도록 권장했다. 결국 발각돼 그 곳에 심겨졌던 무궁화는 모조리 뽑아서 불태워져 버렸고 그 자리에는 일본의 나라꽃인 사쿠라(왕벚나무)를 심도록 했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의도적으로 무궁화는 나쁜 꽃이며 이 꽃을 쳐다보면 눈병이 난다느니 피부병에 걸린다고 하면서 심지 못하게 하고 전국 구석구석의 무궁화는 모조리 뽑아내도록 했다.

일본이 물러간 지 70년이 됐지만 지금도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이 끼어서 나쁘고 아무 데나 대충 심어도 자란다는 그릇된 편견 때문에 별 볼일 없는 꽃으로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작 3.1절이나 8.15 독립기념일 즈음에만 잠깐 동안 무궁화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내 잊히는 신세가 되거나 꽃이 필 무렵 기계톱으로 가지치기 함으로써 매년 목이 잘리는 나라꽃의 신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애국가를 부를 때도 생각하고 태극기 휘날릴 때도 생각하며 방송 시작과 끝이 날 때에도 생각하자. 아름다운 우리의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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