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땡…정비공장 확충 계획 ‘말잔치’ 그쳐
▲뉴 아우디 A6.사진제공=아우디 코리아 |
그 바람에 ‘수입차 업체= 먹튀’로 오인하는 소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형편이다. 연초마다 공약(公約)으로 내거는 정비공장 확충 계획이 거의 공수표(空手票)로 그치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수입차 업체는 일단 확충 계획만 발표해 놓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며 "결국 이런 인프라 구축은 실행이 우선인데, 이를 옮기지 않으니 고객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각 업체에 따르면 이들이 현재 운영 중인 정비공장은 총 140곳이다. 작년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총 19만6359대로, 이 중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차 4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8%(13만3753대)에 이른다. 차량에 비해 정비공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몇 시간이면 수리할 일도 며칠씩 걸리니, 소비자로선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며 "소비자는 늘어나는 수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는 수입차 업체에 정비센터를 늘려 달라고 거의 아우성 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아우디코리아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올해 안에 정비공장 15곳을 확충하겠다고 선언했으나 9월 현재 확충한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아우디코리아는 현재 전국에 26개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약속대로 라면, 서비스센터를 갖춰 최근 이전한 방배 전시장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아우디코리아가 확장해야 하는 서비스센터는 13곳에 달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에 10개가 넘는 정비공장을 확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정비공장 확충 계획에 대해 "올해 말이라고 시점을 정해둔 바 없다"며 "앞으로 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아우디코리아 측이 최근 배포한 서비스센터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2015년 말까지 정비공장 15곳을 확충할 계획"이란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착오가 있던 것 같다"며 곧바로 변명하고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9월 현재 공식 서비스센터 37개를 갖추고 있는 벤츠 코리아는 올해 목표로 11곳으로 내세웠는데 지금까지 3곳의 정비공장을 신규 오픈했다. 그나마 벤츠 코리아는 남은 시간이 얼마 안돼 올해 목표를 줄였다고 시인했다. 벤츠 코리아 측은 "서비스센터 공사가 지연돼 올해 목표를 수정했다"며 "그렇다고 정비공장 확충이 취소되는 것이 아니라 내년으로 연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정비공장은 상반기 2곳과 하반기 1곳이 추가돼 9월 현재 29곳이 운영되고 있다. 남은 3개월 동안 공약을 지키기 위해 폭스바겐코리아가 추가해야 할 정비공장은 8곳이나 된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수입차 업체가 정비공장 확충 계획을 발표하면 소비자는 이를 믿고 수입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판매를 위한 광고효과를 실컷 보고 뒤늦게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고객 대상 ‘사기극’을 벌인 것과 다름없다"고 힐난했다.
구상 국민대(자동차·운송디자인) 교수는 "정비공장 확충을 늦추더라도 판매량이 크게 줄지는 않기 때문에 수입차 브랜드가 이를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다"며 "이들 업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정비공장 확충 계획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 업체가 금융프로그램 등을 내세워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소비자와 직접 연관되는 사후관리 문제가 결국 이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나마 BMW 코리아는 상대적으로 정비공장 확충에 적극 나서는 편이다. 올해 10곳을 늘릴 계획인데, 9월 현재까지 5곳을 끝냈다. 정비공장도 현재 48곳으로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다. BMW 관계자는 "경쟁 독일차 메이커 중 BMW의 인프라가 가장 잘 돼 있다고 자부한다"며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