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꿈을 담은 나무공간, ‘예재관’을 아시나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5.09.21 12:05

유재형 생활경제부장

▲유재형 생활경제부장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이 각별한 계절이다. 지난 주 친분을 쌓은 목공예작가로 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대뜸 재개발 얘기를 꺼냈다. "글쎄, 그곳이 사라진다고 그러네."

작가가 칭한 그곳은 새로 옮긴 방송국이 들어선 상암동 옆 동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 자리한 목재문화전시관인 ‘예재관’이다. 예재관은 지난 15년간 척박한 국내 목재문화에 나무의 살아있는 가치를 심는 산파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예재관을 찾아 나무를 처음 접하고 목공예작가를, 가구디자이너를, 목조건축가를, 친환경 인테리어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특별히 다양한 수종과 특성을 배울 것이 없는 학도들에게는 최고의 현장체험관 노릇을 해왔다.

그만 이 건축물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에 다시 찾은 예재관은 철거 위기에서도 건축학과 학생들과 산림공학과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들 역시 책에서만 배운 나무의 가치와 쓰임을 체험을 통해 받아들여 열정을 구체화하는 도구로 예재관을 활용하는 듯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예재관 직원의 말 속에는 짙은 아쉬움이 배어있었다. "언제까지 방문객을 받아야할지 우리도 고민입니다. 사장님과 함께 예재관을 가꾸는 데 청춘을 받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곳 경기도 고양시 덕은동 일대에 들어설 LH의 행복주택은 누구에게는 ‘행복’이나 이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행’으로 읽혔다. 수백종에 이르는 나무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내부를 꾸미고, 학습용 강당을 조성하고, 목재소 내외부를 가꾸는 일에 20여년 시간을 투자해왔다. 예재관을 운영하는 유림목재 소일선 대표는 요사이 이일 때문에 신경을 써 그런지 만나는 이들 마다 수척해 보인다는 말을 인사처럼 건넨다고 말했다.

개발의 한 가운데서 예재관을 지켜내고자 몇몇 뜻 있는 인사들이 모여 지킴이 활동을 예정하고 있지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새로 조성하고 싶지만 턱 없이 부족한 보상비용으로 이 만한 곳을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나무는 어떤 이들에게는 단순한 소재로 보이지만 나무를 토대로 파생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자식과도 같은 생물이다. 나무공간에 담긴 문화적 가치나 사회적 기여도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철거대상으로 보는 개발행태에 이들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예재관에서 만난 목조각가 한선현 작가는 "이곳에서 동거동락하며 10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왔는데 아쉬움 크다"고 말했다. 유림목재 주변과 예재관에 놓인 그의 작품들도 이제 감정평가업체의 손에 철거대상에 올라 ‘이거는 10만원’, ‘저거는 20만원’ 씩의 냉대를 받을 처지다. 숱한 미술평론가에게 극찬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 이제 토건감정평가사의 평을 받게된 현실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 그렇다. 공영개발이라는 이유는 민주적 절차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개발을 이유로 의미가 무색해진 건축물을 서울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한 때 대기업 병원의 수술실 현관으로 쓰이는 수모를 당했던 해방 후 김구 선생의 사저인 경교장, 한국 철도 역사와 맥을 같이했으나 거대 쇼핑몰 지붕에 가려 초라한 모습으로 그 형체만 간신히 지킨 신촌기차역 등이 그렀다.

또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며칠 앞두고 철거된 스카라극장이나 서울시 최초의 기차역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서강역은 개발이 완료된 지금 어디에서도 그 형체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목재문화의 교육장으로 쓰인 예재관도 이들과 운명을 함께 하게 됐다. 왜, 개발이라는 이름의 근대성은 문화예술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한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우리 기성세대는 답을 내어놓지 못한다. 오늘 예재관에 모인 작가와 건축가들은 요구한다. 조금 천천히 움직이고 생각하자, 그래서 예재관을 살리자.

예재관

목공인들의 체험학습관 역할을 해온 예재관이 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예제관2

목공인들의 체험학습관 역할을 해온 예재관이 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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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목재 내에 자리한 예재관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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