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경기도 도지사를 위한 원자력 강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18 13:49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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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덕(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탈원전은 가야 할 길이고 후쿠시마 방류는 안된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 이유로 원전 밀집도가 세계 1 위이고 고리원전 주변에는 380만 명이 산다는 것과 경주, 포항 지진으로 더 이상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 지사의 안목이 반원전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 놀랍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연설했다가 일본의 항의를 받고 사과한 그 수준으로 보인다. 왜 국가 지도자나 지도자로 나갈 사람의 수준이 이 정도일까? 과연 사실과 과학에 입각한 사고를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 지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 원전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다르고 미국의 쓰리마일섬(TMI : Three Mile Island) 원전과 같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세 원전 모두 노심이 녹는 중대사고가 발생했지만 오직 TMI만 모든 상황이 격납용기 안에서 종료되었고 주민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반인이라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주장할 수 있지만 도지사로서 시민을 지도해야 할 사람이 그리고 대권에 도전한다고 하는 사람이 이 정도 수준이어야 하는가? 암울한 마음이다.

다시 말하면 원전 주위에 많은 인구가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원전이 어떻게 설계되었고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구 밀집 지역에 우리나라 원전이 있는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가 노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이런 수준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포항지진과 경주지진을 예로 들어 원전이 위험하다고 했다. 이 발언에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는 월성1호기 감사원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후쿠시마 원전조차도 지진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설계 지진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경우가 3번 있었는데 어떤 원전도 사고로 확대된 곳이 없었다. 설계지진은 원전이 무너지는 지진이 아니고 안전하게 정지하는 지진이며 더구나 원전은 탄성설계로 되었기에 지진 여유도는 설계지진보다 훨씬 크다.

원전은 설계할 당시부터 원전 부지가 지진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경주, 포항 지진이 나기 훨씬 전에 이미 그것보다 큰 지진을 고려하여 설계하고 건설,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에 와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잠꼬대로 들린다. 사실을 파악하지 않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려 하니 비상식적인 소리가 나온 것이다. 경주에 있는 첨성대는 2개의 단층대가 만나는 바로 위에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지진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단층대에서 먼 곳에 있고 최고의 지진을 가정하여 건설한 원전이 지진으로 무너진다는 것은 기우이다. 차라리 별똥별이 강남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후 온 서울이 불타버리는 염려를 하는 것이 더 사실적인 염려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는 결론부에서 원전은 경제 논리로만 따질 수 없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안전과 환경, 경제를 다 아울러서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렇게 하고 있다. 원전은 가장 저렴하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으며 가장 안전한 시설물이고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 전력원이다. 우리나라에는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는 발생할 수 없다. 그런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없지만 발생한다고 해도 주민에게는 피해가 없다. 실제 원전인 TMI 사고를 통하여 증명된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공연한 근심 걱정하지 말고 원자력에 대한 바른 지식으로 도정을 이끌기 바란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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