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영의 눈]시세 상한보다 비싼 급매물…이상한 주택시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1.19 13:57

건설부동산부 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 매물이 급매물로 둔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전에 거래된 최고 실거래가보다도 수억 원이 높은데, 다른 호가보다 조금 싸다는 이유로 급매물로 분류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에 문의를 해보면 해당 가격 이하로 팔릴 경우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되면 진짜 급하게 팔아야 하는 급매물인지도 의문이다.

급매물은 통상적으로 집주인이 집을 빨리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물건을 뜻한다. 그러나 그 시세의 기준이 예전에는 동일한 단지에 한정했다면, 이제는 지역 범위로 넓어지고 있다.

단지 커뮤니티 등을 들어가보면 ‘이전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이 아닌, 우리가 수억 원 씩 올려놓은 호가대로 하나만 팔려라’라는 분위기다. 실거래가가 높을수록 그 단지의 시세는 높은 가격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한 동네에서 실거래가가 상한가를 찍기라도 하면, 인근 단지들도 그에 맞춰 호가를 올리는 모습이다. 폭등한 옆집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저평가’,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암묵적으로 호가를 올려 매물을 내놓는 것을 가격담합으로도 보기 어렵다. 일부는 다른 호가보다 싸다는 이유로 급매라고 하니 할 말은 없다. 정부가 가격 담합 행위를 포착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대대적으로 현수막을 붙이는 등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소유주들 간에는 암묵적인 가격 약속이 행해지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현실적으로 거래가 될 수 있는 가격에 매물을 내놓자고 권장할 경우, 이를 부동산의 가두리 행태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가두리는 계약을 수월하게 성사시켜 중개수수료를 벌려고 매물을 일정 가격 안에 가둔다는 뜻이다.

내 집의 가치가 높길 바라는 소유주,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내 집 장만을 하려는 사람들. 이 모두를 아우르기 위한 정책이라고 나온 게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임대차3법, 임대주택 공급 등이다.

그러나 소유주들은 집의 개념이 살기 좋은 곳을 넘어서 투자처로 보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들도 그냥 발만 뻗고 살 곳이 아닌, 살기 좋은 곳에 살고 싶어 한다. 애초에 정부는 자꾸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 지금도 집값은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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