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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가치 집단으로서의 진보는 이미 몰락했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익집단으로서 진보는 잘 나가고 있다"면서도 "가치 집단으로서의 진보는 이미 몰락해버렸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진보의 몰락에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며 "하나는 우리나라의 요인이고 또 하나는 전 세계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시대적 요인으로 ‘탈진실(Post-truth)’ 현상을 꼽았다. 이를 두고 진 교수는 "허위를 얘기해서 지지자들로 하여금 진짜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그걸 믿어주면 그게 새로운 사실이 된다. ‘대안적 사실’이라는 것"이라며 "그걸 이용하는 게 트럼프 같은 사람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당이 그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동일한 세계에 사는데도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지 못한다"며 "미국 같은 경우에는 트럼프가 이긴 세계가 있고, 진 세계가 있고, 우리나라는 동양대 표창장이 진짜인 세계가 있고, 가짜인 세계가 있고 나눠져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이른바 ‘팬덤정치’ 현상도 언급했다. 그는 "옛날에는 정치가가 잘하면 지지하고, 못하면 비판했다"면서 "그런데 팬덤은 자기들의 그 사람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트럼피즘(Trumpism)이 거론됐는데 전통적으로는 보수든 진보든 간에 중도층을 놓고 싸웠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우 자기층만 강화해도 당선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진보가 위태로워진 또 하나의 원인으로 여권의 주류인 ‘586의 착각’을 꼽았다. 진 교수는 "불어로 메꼬네송쓰라고 한다"며 "얼마 전에 유시민 씨가 ‘자유론’을 들고 나와서 놀랐다. 아직도 자기가 자유주의자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유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잘못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아직도 자기들이 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잘못됐다"며 "민주당에서 하고 있는 입법들이 다 반자유주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 다음에 시민사회에서 논의할 영역들을 다 법으로 강제하는 식의 행태를 보인다"며 "절대 자유주의자들의 행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주장한 ‘비밀번호 해제법’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야당인 시절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진행했던 필리버스터를 떠올렸다. 그는 "아무리 테러방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걸로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라며 "자기들이 집권을 했으면 그 법부터 없애야 되는데 없애자는 데 5명인가 6명밖에 서명을 안 했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또 "당이 잘 되려면 쓴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금태섭 의원처럼 예컨대 당의 당론에서 벗어나는 얘기를 (하면) 그것도 못 봐 주고 때린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판을 ‘팀킬이다’라고 부른다"며 "자중지란, 그러니까 반역자를 만들어버린다"고 말했다.
김현정 앵커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계 입성 가능성에 대해 묻자 진 교수는 "시민사회에서 가장 관심 있어야 될 부분은 검찰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총장 끝난 다음에 (정치를) 하든 말든 그건 헌법의 권리"라고 답했다. 이어 "모든 사안을 시민사회 보편적 기준이 아닌 당파, 당리 아니면 정략, 이런 식으로 보게 되는 것이 문제"라는 견해를 밝혔다.
보수진영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진 교수는 "이분들의 문제는 시대착오"라며 "지금 민주당 정권들도 제가 볼 때 87년에 가 있다. 굉장히 낡은 사고방식들의 고착이 돼버렸는데 보수 같은 경우에는 그 이전으로 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지피가 안되니 지피지기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를 알아야 비판이 제대로 되는데 맨날 뭐 종북, 좌빨, 주사파, 이렇게만 간다"며 "(제대로 된 비판을 못 하니) 지금 제1야당 역할을 제가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