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전력시장 민간 개방 압력…꿀 먹은 벙어리 정부·한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2.03 15:38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 조성 방해·전력 과소비 초래"



"일부 대기업 독과점 체제 강화·전기료 인상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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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력산업구조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전력시장 민간 개방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지만 정작 이를 추진할 정부와 한국전력은 특별히 입장을 내놓거나 대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한전은 당초 올 상반기 추진키로 했던 연료비 연동제 등 전력요금체계 개편을 하반기로 연기해놓고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과제인 에너지전환·그린뉴딜 등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전력시장 민간 개방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도 정부와 한전은 이런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석탄화력발전 감축, 에너지신산업 육성 등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전력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 했다. 미세먼지, 폭염, 온실가스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전력시장의 역할론도 커졌다. 전력업계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등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여전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판매시장의 일부, 혹은 전면 민간 개방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은 최근 국내 전력 판매시장 개방이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필수적 정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전의 독점이 민간의 시장 접근을 차단하고 에너지 신사업 생태계 조성을 방해하며 과도한 전력 소비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환경비용 등 추가 부담 문제에 대해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 단계별로 요금 인상 요인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한국의 전력 판매부문은 단일 구매자가 운영하고, 도소매 가격은 시장이 아닌 정부가 설정한다"며 "전력 부문을 개방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진정한 경쟁과 독립적 규제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야 국회의원들과 한전, 전력노조 등은 전력시장 민간 개방으로 일부 대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강화돼 전기요금이 인상된 해외사례를 들며 전력산업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 대해선 역대 정부들도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섣불리 건드리지 못했다. 최근 여당과 한전은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며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전력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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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한전 측 관계자는 "프랑스, 캐나다 등도 소매 완전개방 이후 요금의 지속상승으로 인해 규제요금제로 전환하는 등 도입 초기에는 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지만, 결국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사례가 많아 정책이 회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판매경쟁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 등 신산업 창출의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경쟁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도입시 일부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시킬 우려가 있고, 이 경우 판매사가 대규모 산업체와 같은 우량고객에 더 많은 할인제도를 주는 등 수익성이 높은 고객은 전기요금이 줄고, 일반 소규모 고객들의 요금인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연내 전력요금체계 개편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한전이 이처럼 개편에 느긋한 것은 표면적으로 코로나19 핑계를 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유가 혜택을 계속 누리려는 속셈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력업계 고위관계자는 "에너지전환은 전력시장 전체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사회수용성 등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전력산업 체계 구축이 핵심"이라며 "어느 한가지 가치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또한 전력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재생 간헐성 등 수급안정성 문제,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만큼 국민적 수용에 합의해 가는 절차와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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