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다른 복지정책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시간에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이용권을 지급해 취약계층의 냉난방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복지 제도다. 2015년 출범 이후 277만 가구가 2348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대표적 사회적 가치 실현 방식으로 꼽힌다.
◇시스템상 한계, 행정 착오 등 과제도
다만 에너지바우처 제도에 대한 호평 속에도 시스템 오류로 인한 신청 불가, 신청서 입력 지연, 접수 누락 등 시스템상의 한계와 행정 착오 등으로 지원에 제한을 받는 경우도 적지않아 이에 대한 대책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한 이 제도는 정보나 행정서비스 접근이 취약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있어 100% 보급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상존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사용되지 않은 금액이 연평균 50억원 안팎이며, 사용률로 보면 연평균 10∼12%의 바우처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인가구와 1인 가구의 경우 사용률이 낮았는데 2017년 기준 노인가구 사용률이 89%, 1인 가구 사용률이 87%로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래 평균보다 높은 사용률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같은 미사용분은 환급형바우처(예외 지급)을 통해 환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급형바우처는 에너지바우처의 제도시행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환급형바우처를 지급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는 첫째, 고시원, 쪽방촌 등 월세에 난방비를 포함해 납부하는 경우 등 바우처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 거주하는 경우이며 둘째, 바우처 신청시스템과 발급·사용시스템간의 정보 연계 오류에 따른 신청 불가, 입력지연, 접수 누락 등 시스템상의 한계와 행정 착오의 경우 등이다. 차지하는 비중은 57.6% 수준에 달해 매년 환급형바우처 지급 가구의 절반이상이 시스템상의 한계와 행정 착오로 에너지바우처 사용에 애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민채 에너지시민연대 부장은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지급되는 에너지바우처는 하절기, 동절기 등 계절에 맞게 제 때 사용할 수 있어야 목적과 취지가 분명히 달성될 수 있다"며 "에너지공단은 시스템상의 오류나 행정착오로 제때 에너지바우처를 쓰지 못하고 예외지급 받게 되는 가구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급형바우처 지급현황> | ||
지급유형 | 지급가구수 | |
2016년 | 바우처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 거주 | 6132 |
시스템상 한계 또는 행정 착오 등으로 바우처 지원에 제한 |
6297 | |
2017년 | 바우처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 거주 | 8497 |
시스템상 한계 또는 행정 착오 등으로 바우처 지원에 제한 |
10573 | |
2018년 | 바우처 사용이 불가능한 환경에 거주 | 8134 |
시스템상 한계 또는 행정 착오 등으로 바우처 지원에 제한 |
6127 |
강영숙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비교적 최근에 도입되었고 정부부처의 홍보부족 등의 원인으로 수혜가구가 활용법을 제대로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저소득 가구의 동절기 에너지사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을 지원해주는 에너지바우처가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제도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복지 사각지대 없도록 제도 보완 필요
에너지바우처가 100% 활용되기 어려운 이유는 개인정보 보호 등 장벽이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이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수급자 개인정보는 정부부처나 지자체만 볼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소관부처의 장이 신청을 하면 정보를 주게 돼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익사업에는 사용할 수 있다고 정의돼 있지만 혹시라도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민감한 부분이다.
이로 인해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물론 동사무소에서도 수급자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자체가 수급자를 100% 발굴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또 이때 누락이 되기도 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각 기관들이 보건복지부의 기초생활수급자 자료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주려면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을 대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관련법 미비로 수급자 전체 정보를 받지못해 지원을 못한 경우가 꽤 있다. 요금감면 등과 관련해 복지부에서 개인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복지사업이 개편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등 14개 부처가 11개 사업에 대해 재설계하고 있다. 에너지바우처 사업도 여기에 포함돼 많은 내용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에너지복지 통합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것을 알고 있다"며 "차세대 에너지복지 통합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수급자뿐만 아니라 에너지관련 기관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석·설계 단계와 개발을 거쳐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개통될 계획"이라며 "에너지바우처도 여기에 포함돼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라고 소개했다.
◇에너지공단 "보급률 100% 달성 목표"
한국에너지공단은 다양한 제도 보완을 통해 에너지바우처(이용권) 제도 100% 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기관 간의 협력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전국의 에너지 바우처 미사용 5만여 가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중증장애인 및 희귀질환자를 에너지바우처 대상을 확대해 쪽방촌과 고시원 섬, 벽지에 거주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공단은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전화나 방문 등의 방식을 택해 맞춤형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36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에너지바우처 미사용 가구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5만3000가구를 1대 1 방식으로 점검하여 바우처 사용률을 역대 최대치인 90%대로 끌어 올렸다.
공단 관계자는 "90%(신청액 대비 바우처 사용)까지 사용한다는 것은 꽤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는데 노인이나 장애인 층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며 "나머지 1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전화로 안내하거나 장애인 복지관 이나 독거노인센터와 협업을 해서 직접 찾아가서 안내하는 등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에너지바우처 전달과 관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 강화도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광역시·도는 에너지바우처 신청율과 접수율을 관리하며, 사용률을 높이고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시·군·구는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를 결정하고 통지하며 재신청 건에 대한 승인과 통보 등 대상자 정보관리를 한다. 읍·면·동은 에너지바우처 신청과 접수를 맡는다. 대상자 정보변경에 따른 재신청과 접수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이러한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자체 담당자와 에너지공급사, 사업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꾸준히 집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단 측은 "에너지바우처 지자체 담당공무원 교육은 권역별로 13회 시행됐고 참석 공무원도 총 2372명에 달한다. 이번 교육에서는 사업안내가 이뤄졌고 업무포탈 사용법 교육, 신청과 접수 방법 교육, 에너지바우처 콜센터 상담원 교육 등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공무원들의 온라인 교육 접근 편의성을 위해 행정안전부 지방자치인재개발원과 협력하여 나라배움터 홈페이지를 통해 ‘에너지바우처’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교육과정은 △에너지바우처 사업소개 △에너지바우처 대상자 관리 △에너지바우처 신청 및 사용 관리 △에너지바우처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올해 11월 말까지 상시수강이 가능하다. 교육을 모두 이수한 공무원은 100분의 상시학습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에너지공단은 이번에 개설한 온라인교육 과정에 ‘에너지바우처’ 사업뿐만 아니라 한국에너지재단의 ‘저소득층 난방유 지원사업(등유바우처)’, 한국광해관리공단의 ‘저소득층 연탄 보조사업(연탄쿠폰)’에 대한 사업안내도 포함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비용 지원사업에 대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전반적인 학습을 지원한다.
에너지공단에서는 에너지바우처 사업 개선의 노력으로 에너지바우처플러스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바우처플러스 사업은 동절기 보일러나 전기장판이 고장 난 가구가 있을 때 이를 무료로 교체해 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2500만 원을 확보해 200가구 내외에 보일러와 전기장판을 교체했다.
이외에도 에너지공단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에너지바우처 이동판매소를 운영하며 고령, 장애, 거동불편 등으로 에너지바우처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행복카드 대상자에게 배달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너지바우처 이동판매소를 통해 총 9회 동안 22가구에 등유배달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독거노인센터, 장애인복지관 등 사회복지 유관기관과 연결해 에너지바우처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공단 측은 에너지바우처 상담소를 100개소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현재 지원대상은 소득과 가구원 특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주거·교육급여, 차상위계층 등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가구원 특성도 현재 한부모·소년소녀가정까지 확대됐지만 향후 에너지기기를 사용하는 만성질환자, 다문화가정, 새터민가정 등으로 지속해서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