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국에서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주주의 의결권 제한 제도가 있다. 감사(위원)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주주는 의결권을 3%만 행사할 수 있게 한 상법 규정을 말한다. 이 규정은 1961년 9월 19일 군사정부의 ‘국가재건최고회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정된 한국 최초의 상법 제410조에 규정되었던 이래 아직까지도 살아 있다.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상법안 심의 소위원회’는 순수한 상법 학자들로 구성되었다. 서울대 서돈각ㆍ정희철 교수님, 연세대 박원선 교수님, 고려대 차락훈 교수님, 당시 젊으셨던 손주찬 교수님(후에 연세대 교수가 되셨다) 등이 그 면면이다.
회사편은 서돈각 교수님이 담당하셨다. 이분은 경성제국대학, 미국 남가주 대학, 서울대 법대 학장, 동국대 총장, 경북대 총장을 지내신 분으로 10년간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으로 봉직하시기도 했다. 이분이 쓰신 책에는 "본조(제410조)는 감사의 선임방법의 특수한 방법을 규정한 것이다. 주주총회의 일반결의방법, 즉 다수결원칙에 의하여 선임하면 감사는 대주주의 뜻에 맞는 사람만 선출되어서, 자기를 선임해 준 대주주와 그가 신임하는 이사의 뜻을 거역할 수 없기 때문에 감사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신상법은 감사선임에 있어서는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대주주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이것은 주주의 의결권에 관한 중대한 제한이 되겠으나, 감사의 기능을 살리기 위하여는 불가피한 입법이라 하겠다."고 되어 있다.
그동안 법률이 발전하여 1997년에는 증권거래법에 합산 3%룰까지 등장했다. 2020년 개정상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최대주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6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가 소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100분의 3(정관으로 그 비율을 더 낮게 정한 경우에는 그 비율로 한다)을 초과하는 경우 그 주주는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 및 해임할 때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를 합산 3% rule이라 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 또는 해임할 때는 모든 주주는 각자가 100분의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개별 3% rule이라 한다. 상장회사가 감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경우, 최대주주는 합산 3%룰, 다른 모든 주주는 개별 3%룰이 적용된다. 따라서 최대주주 합산 3%룰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경우 및 상장회사로서 감사 선임 또는 해임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자산총액 1천억 이상 2조 미만의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상근감사를 두어야 하나, 상근 감사도 감사이므로 역시 합산 3%룰과 개별 3%룰이 적용된다. 이런 회사가 이를 피해 감사위원회를 두더라도 합산 3%룰이 적용되고 1명 분리선임도 해야 한다. 자산총액 1천억 미만의 상장회사로서 감사위원회를 두는 경우에는 3%룰도, 감사위원 분리선임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에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3% rule 강화’는 입법목적인 소액주주 권익 보호보다는 투기자본 같은 기관투자자만을 위한 제도가 되고야 말 것이다. 주요 대기업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하고자 해도 자금이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소요되어 소액주주는 그림의 떡이다. 예컨대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주주제안)하려면 상장회사 기준 최소 0.5%의 지분이 필요한데, 삼성전자 주식은 약 1조 8천억원, SK하이닉스 주식은 약 3,200억원 등 수 천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개정법에 따라 최대주주 등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어도 이에 대등한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주요 기업의 경우 수조원 필요하므로 소액주주가 감당하기 어렵고 펀드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합산 3% rule은 최대주주를 역차별하고 2대, 3대 주주 및 펀드 등에 대한 반사이익을 제공할 뿐이다.
1960년대 한국에 변변한 기업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에는 3%룰이 분명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Fortune Global 500대 기업에 매년 14~15개의 한국 기업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오늘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이 규정은 한시 빨리 폐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