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 감축 등 갈수록 경영상황 나빠지는데 신재생에너지 사업까지 한전이 가져갈 것으로 우려
"한전이 한다고 하면 민간 업자들이 굳이 발전자회사들과 하겠나…자회사 통합·편입 가속화할 것"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들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참여 추진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세먼지·배출가스 감축, 그린뉴딜, 2050 탄소중립,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갈수록 석탄화력발전의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인 신재생에너지 분야까지 ‘형님’인 한전이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관련 기능 및 역할을 분명하게 분담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한전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전은 그동안 동일 사업자가 두가지 사업을 병행할 수 없다는 전기사업법과 2001년 발전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송·배전 사업을 담당하고, 발전업은 자회사를 만들어 분리했다. 자회사들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방침에 따라 꾸준히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다만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기존 발전자회사들의 사업과 중복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발전자회사들이 더 이상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7일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민간 사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한다고 하면 모회사인 한전과 하지, 굳이 발전자회사들과 할 이유가 없다"며 "석탄화력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까지 한전이 가져가게 되면 자회사 통합 혹은 한전에 편입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발전자회사 내부에서는 한전의 이같은 행보가 발전사 통합, ‘ONE-KEPCO’(하나의 한전)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팽배하다.
실제 김종갑 사장은 취임 후 줄곧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력그룹사의 전체 이익 최적화’를 강조해왔다.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고 협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자회사들은 모회사의 계획인데다 정부여당에서도 탄소중립 등 정책수행 명분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반대하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며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직접 참여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의 지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한전이 한다고 해도 기존의 주민 수용성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회에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돼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갑)이 발의한 법안이다.
한편 여당에서도 한전의 발전업 참여는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한전의 역할은 공공인프라인 전력망, 계통연계를 적재적소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발전사업은 내부자 거래다. 그래도 하겠다면 특수목적법인 설립(spc)등 출자형태로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