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야권 "전력수요 낮춰잡았다" 지적받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불과 열흘새 전력수급 불안 현실화
-원전 역할 확대론·석탄발전 축소 재검토론 또 제기…내달 사업허가 종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필요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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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축소하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확정했다.
에너지 업계에선 당초 일정보다 1년이나 늦어졌음에도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 요인이 전력수요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전력수요를 너무 낮춰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2034년 최대전력수요를 102.5GW로, 연평균 증가율을 1.0%로 전망했다. 워킹그룹 초안과 비교하면 최대전력수요 예상치가 1.7GW 낮아졌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상황 등을 반영했다지만 코로나 영향이 15년간 계속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당시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수요 전망치에 대해 "전체 전력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성장률과 인구 변동이란 두 요인을 종합적으로 다 고려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영향을 반영하려고 여러 방법론을 고민했지만 정량화하는 게 당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차기 계획을 세울 때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석탄화력발전 상한제약도 과도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산업부는 올 겨울철 석탄발전기 9∼16기를 가동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노후석탄발전 2~4기, 예방정비 석탄발전 1~13기 등이다. 지난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8∼15기 가동정지)때보다 정지하는 석탄발전이 늘어났다. 나머지 44~51기 석탄발전기는 잔여 예비력 범위 내에서 최대 출력 상한을 80%로 제한한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주말에는 가동정지 이외 운영중인 모든 석탄 발전기에 대해 상한제약을 시행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전력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자 석탄발전 상한제약을 전부 풀어 올 겨울철 최대 규모인 1억152만kW의 공급능력을 갖추고, 예비력도 1000만kW 이상, 예비율 11%를 확보하기로 했다.
◇원전·석탄 감축 재고해야
이처럼 9차 전기본 수립 후 열흘만에 전력수급 불안 우려가 현실화 되자 야권과 원자력, 석탄발전업계에서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9차 전기본 주요 발전원별 설비용량을 보면 석탄설비는 2020년 35.8GW에서 2034년 29.0GW, 원전은 같은기간 41.3GW에서 19.4GW로 각각 6.8GW, 3.9GW 줄어든다. LNG설비는 같은기간 41.3GW에서 59.1GW로 17.8GW, 신재생은 20.1GW에서 77.8GW로 57.7GW 각각 급증할 예정이다. 설비별 비중을 보면 원전·석탄은 2020년 46.3%에서 2034년 25.1%까지 줄고 신재생에너지는 같은기간 15.8%에서 40.3%로 두배 이상 늘어난다.
이채익 국민의힘 탈원전대책특위 위원장은 "9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4년까지 14GW가 넘는 전력수요절감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지만 이번 한파나 코로나 위기 등 변수도 반영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또한 4차산업혁명 등 높아지는 전기의존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더구나 2030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폭이 2017년 대비 10.9%로 예상된다는 무책임한 전망을 내놨다"며 "신재생에너지 및 LNG 확대 등 공급구조 변화가 전기요금에 끼치는 영향을 제3의 기관 또는 정부 주도로 검증하고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상적인 국회 상임위 보고 절차를 거친 뒤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2월 발전사업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신한울 3·4호기를 9차 전기본에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와 LNG 확대로 원전을 대체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며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모순된다"며 "발전사업 허가 후 7900억원이 투입됐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재개도 다시 논의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