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 정권에서 수립된 2차 에기본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탈원전 정책 담긴 8차 전기본 수립의 적법성 여부 분석
-8차·9차 에기본, 7차 에기본보다 전력수요 과소예측, 원전,석탄 감축, LNG, 신재생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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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요 현황판.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수립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들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것에 대한 타당성 감사에 이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한 절차에 대해서도 위법성 여부를 들여다보는 감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관심의 초점은 크게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었는지와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 근거인 전력 수요 예측 축소가 타당한 것인지 등이다.
감사원은 ‘에너지 관련 최상위 정책으로 5년마다 수립하도록 한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을 수정하기 전에 하위 정책으로 2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먼저 수정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국민감사청구에 산업부 감사에 착수했다. 현 정부가 전 정권에서 수립된 2차 에기본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탈원전 정책을 반영한 8차 전기본 수립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수립된 2차 에기본에서는 2035년 원전 비율 29%를 목표치로 내세웠지만 하위 계획으로 문재인 정부 임기 첫 해인 2017년 12월 만든 8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 원전 비중이 11.7%로 축소됐다. 이후 2019년과 2020년 수립한 3차 에기본과 9차 전기본에서도 무리한 목표치라는 지적에도 원전·석탄 대폭감축, 신재생·LNG(액화천연가스) 대폭 확대 계획 수립, 신한울 원전 3·4호기도 ‘불확실성’을 이유로 배제됐다.
2차 에기본과 제7차 전기본, 제8차 전기본·3차 에기본·9차 전기본이 고려하는 핵심가치의 범위는 다르다. 전자는 공급안정성과 경제성을 강조한 반면 후자는 여기에 더해서 환경성과 발전 설비의 안전성도 포함했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저감시키기 위함이다. 이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함께 ‘원전·석탄 축소, 액화천여가스(LNG)·신재생 확대’라는 전원 구성의 전환을 가져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은 이같은 전환 과정에서 경제성, 전력수요 과소예측, 절차적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다. 중장기적 전기요금 인상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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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전력 예측 결과 비교(7차 vs. 8차) 7차 계획(113.2GW) 대비 11%(12.7GW) 낮게 예측됐다. [자료=산업부] |
◇ 8차·9차 에기본, 7차 에기본보다 전력수요 과소예측
전력수급기본계획은 15년간 전력수요 전망과 발전설비 계획 등을 담는다. 계획 수립의 기초는 ‘전력수요’다. 전력수요 전망을 토대로 발전소 등 전력설비(공급) 건설의 틀을 짠다. 그만큼 정확한 예측이 중요하다. 전력수요 예측은 꾸준히 늘어나다 현 정부 들어 설립한 8차 전기본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100.5GW로 예측하면서 7차 계획(113.2GW) 대비 11%(12.7GW) 낮게 예측했다. 예비력을 감안하면 이전 계획 대비 약 15GW의 설비 축소가 예상되는 용량이었다.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력)수요가 줄고 공급이 과잉인 상태"라며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를 줄여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같은 기조는 지난해 수립된 9차 전기본에서도 이어졌다.
8차 전기본 수립 위원들은 당시 원전을 줄여 전력예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정비나 고장으로 인해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예비 전력은 원전이 LNG보다 더 크다. LNG 발전은 예방정비와 고장 정지 등으로 1년의 약 12%인 44일 동안 가동이 정지된다. 반면 원전은 1년의 약 20%인 76일 동안 가동이 정지된다. 김진우 당시 전력수급기본계획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원전을 줄이고 LNG를 늘리면 확보해야 할 예비전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전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과소예측’이라고 비판해 오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이 충실히 반영된 제8차 전기본은 전력수급 안정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했다고 평가받는다. 경제성장 둔화 전망을 반영한 전력수요 예측, 공격적 수요관리 목표량 설정, 지구온난화에 의해 커지는 기후변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최대 전력예측 등으로 인한 수요가 과소예측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본의 수요예측은 전력수급 안정이라는 당초 목표에 충실하고 보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대부분 이다.
이같은 우려는 실제가 됐다. 산업부가 2015년 발표한 7차 전기본에서 예상한 2017년 동계 최대 전력수요는 8820만kW였다. 반면 현 정부가 들어선 뒤 2017년 말 수립된 8차 전기본에서는 2017년 동계 최대 전력수요를 300만kW 줄인 8520만kW로 예상했다. 수립 직후인 2018년 1월 11일과 12일 최대 전력수요는 각각 8560만kW, 8만550만kW로 집계됐다. 8차 전기본이 확정된 지 2주 만에 예측치를 30만~40만kW 초과한 것이다.
예측 오류는 올해도 반복됐다. 지난해 말 9차 전기본 수립 이후 산업부는 올 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9040만kW로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9050만kW를 기록하며 또 2주 만에 예측치를 초과했다.
문주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어느 한 해 일시적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오차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수요예측 시 반영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지만 최근 기후변동성이 커지고 반복되는 추세 감안 시 이를 최대 전력예측에 반영치 않는다면 과소예측을 피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현 정부 들어 수립한 전기본의 수요가 과소예측 됐음을 반증하는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이 에너지정책 수립과정을 감사한다고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에너지계획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적절한 전기요금, 환경성, 경제성, 효율성, 안전성, 에너지 안보 등의 핵심가치들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전원 구성을 도출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위해 무리한 발전원 구성 목표를 세우고 수요예측까지 낮춰 잡아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탈원전·탈석탄을 맹렬하게 밀어붙여왔던 현 정부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며 "과거 정부의 발전소 건설 계획 덕분에 전력난을 걱정하지 않고 임기 마치게 된다. 현재 7기의 신규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부담스러운 원전·석탄의 폐기와 신재생·LNG 건설은 온전하게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