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리·철광석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철강·석유화학업계 친환경 발 맞춰 사업 확장
전문가들 "물가 인상 불가피…정부 지원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철강·유화업계가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상황에서 잇따라 친환경 경영을 통해 사업체질을 바꿔나가면서 관련 생산제품 가격 등 물가 상승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원활해지고 세계 각 국들이 부양책을 내세우자 국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면서 구리나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일 년 사이 30% 정도 상승했다.
게다가 국내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친환경으로 사업을 키우는 만큼 체질 개선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또 친환경 산업에 쓰이는 원자재들의 수요가 높아지면 가격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철강·유화업계들이 친환경 사업을 키우는 만큼 물가 상승도 불가피 할 전망이다.
최근 주요 국제 원자재 가격은 일 년 사이 최소 26∼43% 정도 올랐다. 특히 철광석 1t당 가격은 지난 일 년 사이 50%가 넘는 상승치를 보이며 10년 이래 최고가인 167달러를 기록한 뒤 1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높아지면서 철강사들이 조선·자동차용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주요 철강 제품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철강 제품 평균 가격은 81만60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2% 올랐다. 지난해 말 보다는 17.1% 상승했다.
철강·유화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친환경 정책에 맞춰 사업 체질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앞서 철강·유화업계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걸림돌로 인식돼 왔다.
철강업계 대표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6개사는 지난 2일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생산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배출 감축 △정보와 의견 공유 활성화 △정부 정책과제 발굴 및 미래 지속가능 경쟁력 향상 △국제협력 강화 등 철강업계의 주요 실천과제 등의 내용이 담긴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화학업계에서도 탈탄소 준비에 나섰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 롯데그룹 화학BU 주요 계열사들은 △친환경사업강화 △자원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과제에 약 5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유사에서도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에쓰오일은 오는 2030년까지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을 목표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도 2050년까지 현 수준의 70%로 탄소 배출량을 지속 감축한다는 ‘탄소 중립 그린 성장’을 선언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철강·유화업계들이 친환경 사업을 키우는 만큼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재 가격이 올라가니 최종 제품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철강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있으니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래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 인플레이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방식이 바뀌면 기업에서도 투자를 해야 하고 생산 단가가 올라갈 수 있다"며 "생산단가를 낮추고 친환경적으로 산업 체질을 바꿀 수 있다면 좋을테지만 상황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유·유화업계가 사업체질 개선에 나선 만큼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병욱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환경이 중요한 만큼 산업체질을 개선해야 할 때인데 기업이나 정부 등에서 노력해야 한다"며 "갑작스런 산업 체질 개선에는 진통이 따른다. 정부도 이에 규제를 두는 등 네거티브 방향이 아닌 지원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면밀하게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도 "기존 철강이나 석유화학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하려면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준비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기술개발 역량을 확대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 비용이나 세제혜택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