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원전밖에…" 한국은 탈원전, 일본은 원전 재가동 급물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04 14:14   수정 2021.02.04 14:50:58




원전

▲원전(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일본 정계에서 원전 재가동을 둘러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 비중이 대폭 줄었지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는 또 지난달 기록적인 폭설로 전력난 위기에 처할 뻔하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는 ‘역시 원전밖에 없다’는 인식마저 굳혀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탈원전을 선언하고 국내 원전 건설과 가동을 중단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대조적이다.

4일 카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0) 목표에 도달하려면 원전이 필수적이다"며 "우리는 결국 원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모두에게 설득하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원전 재가동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가 재확인된 셈이다.

그는 또한 지난달 기록적인 폭설을 계기로 원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 겨울 들어 일본 곳곳에서는 평년과 비교해 2∼10배나 많은 눈이 내렸고 폭설 속 제설 작업을 하다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도 잇따랐다.



카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일본을 정전 직전으로 몰고 간 폭설은 원전에 대한 지속적인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라며 "눈 내릴 당시엔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은 아예 없었고 전력공급 또한 아슬아슬 했는데 심지어 전기요금도 폭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으로 원전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카지야마 경제산업상의 발언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10년간 화석연료에 의존해왔는데 정부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원전정책의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2050년까지 탄소중립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 전략을 논의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수입산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 공급 중 88% 가량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처럼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대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만 늘렸다간 결국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카지야마 경제산업상은 "재생에너지는 물론 최우선순위이다"라며 "그러나 일본의 지형적 한계점을 감안하면 수소수입, 원전, 탄소포집 및 저장과 같이 모든 탈(脫)탄소 기술이 총동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악지대가 많은 일본 지형 특성상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자리가 많지 않고 일본을 둘러싼 바다는 수심이 깊은 탓 해상풍력의 비용이 높아 미국이나 유럽처럼 재생에너지의 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제산업성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수요의 6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FT는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그 수준마저도 야심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공급 중 30∼40%는 원전 또는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이 적용된 화석연료 발전소를 통해 충당되어야 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심지어 산업계에서는 배출량 감축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에너지 비용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공급마저 불안정할 경우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전력 수요는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일본이 내연기관 자동차 금지와 전기차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를 경우 "자동차 업계의 현 사업모델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기차만 남으면 일본은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를 의식한 듯 카지야마 경제산업상은 "환경뿐 아니라 일본의 산업과 경제를 위해서 지금 당장 내려야 할 결정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는 총 60기 중 9기에 불과하다. FT는 이를 두고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원전 산업에 대한 대중의 지속적인 적대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한울 3, 4호기 건설 전면 백지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건설 재게를 촉구한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3일 마감 시점에는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탈원전 키워드로 게시된 청원 글 중 동의인원이 10만명이 넘는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0

실시간 종합Top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