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잘 싸웠다"…유명희 본부장, WTO 사무총장 불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05 21:53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WTO 사무총장 후보직 사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WTO 사무총장 후보직 사퇴.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7개월 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직 도전이 5일 마무리됐다.

한국이 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건 세 번째다. 유 본부장이 고배를 마시면서 WTO 첫 여성 사무총장이라는 기록도 나이지리아 출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게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결선에 함께 오른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상대로 막판까지 분투했지만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의 표심에 발목이 잡혀 고배를 마셨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4차례 제네바와 미국 등 해외 주요 지역을 방문해 현지 지지 교섭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WTO 회원국들의 최종 선호도 조사에서 오콘조이웨알라보다 더 많은 표를 얻는 데 실패했다.

당시만 해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을 들으며 유 본부장의 ‘아름다운 퇴장’이 예상됐던 선거전에 변수가 생겼다.

WTO가 지난해 10월 28일 오콘조이웨알라를 차기 수장으로 추대하려 했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콘조이웨알라 대신 유 본부장을 공개 지지하면서 추대안이 부결됐다.

WTO는 사무총장을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일치)를 통해 추대하기 때문에 미국이 끝까지 나이지리아 후보를 반대할 경우 차기 총장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질서 재건과 다자주의 체제 복귀를 주장했다. 즉 WTO 기능 회복을 위해 오콘조이웨알라를 지지하기로 입장을 바뀐 셈이다.

유 본부장은 이날 사퇴 발표 브리핑에서 "사무총장 선출 문제를 조기에 확정해야 올해부터 WTO가 본격적인 다자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따라 제가 사퇴 의사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저의 결정을 미국이 존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긴밀히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외교전문가들은 비록 사무총장에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최종 결선 2위까지 오른 걸 두고 값진 성과라고 판단했다. 한국의 위상을 높였고 우리가 세계 통상 분야에서 쌓아온 자산과 역량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WTO 사무총장은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과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전했지만 최종 결선까지 진출한 경우는 유 본부장이 처음이다.

유 본부장은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1991년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유 본부장은 공무원 생활 대부분을 통상 쪽에서 보낸 통상전문가다. 지난 2018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공무원의 별’이라 불리는 1급 첫 여성 공무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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