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룰 수 있을까"...고심 깊어지는 ‘온실가스 주범’ 철강업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5 08:21   수정 2021.02.15 08:21
철강업계

▲철강업계(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철강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산업은 글로벌 경기성장과 개발을 지탱하는 핵심 업종으로 꼽히지만 석탄 의존도가 높아 세계적인 탈(脫)탄소 기조에 동참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철강업은 앞으로도 중요한 산업으로 남겠지만 석탄을 많이 잡아먹는 업종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제철법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석탄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철강산업은 석탄 의존도가 매우 높아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힌다.

미국 테크미디어 와이어드(WIRED)는 최근 "철강업체들은 다리, 건물, 철도, 그리고 도로에 사용되기 위해 매년 20억 톤 가량의 강철을 생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용광로는 막대한 양의 석탄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와이어드는 이어 "현재 생산되는 철강 중 70%는 석탄에 의존한 체 생산된다"며 "그 결과 철강산업은 연간 탄소 배출의 8% 가량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도 과거 보고서를 통해 "현재 철강산업은 3대 이산화탄소 배출원 중 하나"라며 "2018년 기준 강철 1톤이 생산될 때 1.85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대 탄소배출국’으로 악명 높은 중국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2019년 중국 철강산업의 탄소배출량은 중국 전체 배출의 15% 가량 차지했다.



업계가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경우 향후 철강 기업들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맥킨지는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없을 경우 업체들의 잠재가치 중 최대 14%가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촌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는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는 필수인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철강업계는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비전에 동참하기로 나섰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세아제강, 심팩 등 6개 철강기업은 이달 초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들 기업은 선언문에서 "혁신기술 개발과 생산구조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등을 개발해 탄소중립 제철소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로 꼽히는 유럽의 아르셀로미탈, 중국 바오우철강, 일본제철 등도 각국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일찌감치 서명했다. 일본제철은 다음달 발표예정인 사업계획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반영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사업장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484억 달러(약 53조 5788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철강업체들이 탄소배출량을 감축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글로벌 타임스는 "고철을 전기로에 녹여 철강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철강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석탄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 환원 제철법의 경우,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유력 수단으로 꼽히고 있으며 아르셀로미탈, 미쓰비시중공업, SSAB 등의 주요 업체들은 해당 공법이 적용된 생산공장을 세워 시범 운영에 이미 나서고 있거나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주력 수단으로 떠오르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아르셀로미탈은 수소 환원 제철법을 실현하는 데 최소 2000억 유로(약 268조 348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기업들은 이처럼 막대한 개발비용 이외에도 수소 조달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어 "석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철강협회(JISF)는 애초에 탄소중립 목표 기한을 2100년으로 잡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수소 환원 제철법이 적용된 공장뿐만 아니라 친환경 그린수소의 생산, 수송, 저장 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지출이 클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와이어드는 "친환경 수단으로 생산된 제품들은 값싸고 넘치는 중국산 철강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컨설팅업체 에너지이노베이션의 제프리 리스만 연구원은 "석탄을 이용한 전통 제철법이 저렴하다 보니 수소 비용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급감해야 하는 반면 탄소세 등 이산화탄소 배출 비용은 급등해야만 수소 환원 제철법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계적 탄소중립 기조와는 별개로, 장기적으로 철강업계를 위협할 요인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현재 미국국, 일본 등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는 철강 수요가 감소하거나 침체되고 있는 반면 생산업체들은 필요량보다 더 많은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와이어드는 또 "건설회사들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경량화를 위해 철강대신 알루미늄, 플라스틱, 심지어 나무까지 사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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