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착한금융 나쁜금융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5 08:48   수정 2021.02.15 10:14

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ㅗ구ㅠㅠㅠ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초청해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을 개최했다. 당시 미팅에 참석한 여러 기업 중 화제를 모은 기업은 단연 오뚜기였다. 오뚜기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삼성, 현대, 기아차 등 내로라하는 그룹 외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오뚜기는 일명 ‘갓뚜기’로 불릴 정도로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등 여러 방면에서 모범을 보인 만큼 호프미팅에 초청해 적극 격려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취지였다.

청와대 간담회의 힘은 굉장했다. 간담회가 끝난 직후 오뚜기 라면 등 주요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고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그간 기업들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고자 부던히 애썼는데, 오뚜기 사례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가 실제 기업의 수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여기에 최근 기업 활동에 비재무적인 요소로 분류되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경영이 글로벌 투자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기업들의 사명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올해 2월, 거대 여당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산업이 있다. 바로 금융업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가는 금융업"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은 코로나 여파에도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가며 많은 이익을 낸 만큼 여당이 추진 중인 ‘이익공유제’에 적극 동참하라는 취지였다. 이와 동시에 금융당국의 칼날도 금융사,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금융지주사를 향했다. 금융위는 코로나로 인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보다 6~7%포인트 낮춘 20%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물론 KB,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갔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금융그룹 내 계열사들 실적을 보면 증권사들은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반면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은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와 큰 폭의 대손충당금 적립 등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 등으로 대체로 순이익이 전년보다 뒷걸음질쳤다.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건 금융사들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만 단순히 금융사들의 이익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돈을 출연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지원한다는 여당의 논리는 금융사 주주들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익공유제와 같은 정책은 금융사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다수의 기업들에게도 이익을 많이 낼 경우 언제든지 이를 다른 계층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시그널로 비춰질 수 있다.

금융사들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고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수십조원의 금융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착한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든 나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린 것이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이 때, 정치권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면 착한 기업이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나쁜 기업인가. 모두가 힘들 때 돈을 벌면 나쁜 기업이고, 같이 돈을 벌지 못하면 착한 기업인가. 정치권의 요구를 순순히 따르면서도 소비자 보호를 도외시하는 금융사는 착한 금융인가 나쁜 금융인가.

앞서 오뚜기 사례를 다시 떠올려보면 문 대통령은 당시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월마트같은 기라성 같은 기업과 경쟁해 생존할 정도로 우리 기업은 뛰어나다. 기업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21년 2월, 정치권은 코로나19라는 어려움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금융권을 향해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가. 돈을 벌어도 서러운 금융업이다.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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