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과 무역경쟁 세미나] "EU 탄소도입세 한국기업에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 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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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제6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 세미나’ 참석자들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탄소시장과 무역경쟁 세미나’에서는 심도 있는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은 황진택 제주대 공과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김동구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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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배출권거래센터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은 EU의 탄소국경세 도입에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EU보다 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상황이라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EU의 배출권 시장은 다르다"며 "EU는 직접배출만 할당하고 우리나라는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배출권 거래제도에서 우리나라가 탄소비용에서 부담하는 부분이 더 넓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2015년도부터 배출권 거래제도를 실시한 이후 1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며 "우리나라가 탄소국경세에서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탄소국경세에서 국내 기업이 유리한 위치에 올라 갈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며 "유리하고 불리한 측면을 모두 고려해 탄소국경세에 국가적으로 대응할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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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센터장은 탄소중립 시대가 산업에 부담이 되지만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탄소중립을 EU와 미국이 경제활성화 전략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2, 3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여러 국가들이 탄소규제를 하고 있지만 세계적 기업이 자체적으로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다"며 "자사의 공급망에 참여하는 기업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탄소중립 시대가 실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0)에서 환경무역 규제가 논의돼 무역에서도 탄소중립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탄소국경 정책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 자체도 탄소중립에서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은데 개도국이 많은 우방국들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EU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과거보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자동차 산업에서 탄소중립 실현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도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RE100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 배출권 거래에서 행정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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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우리 기업들은 탄소 감축을 할 것이고 의지도 있다. 다만 감축은 장기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면서 "탄소국경조정은 단기적으로 올 것 같아서 거기에서 갭이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가지 측면으로 말하며 하나는 탄소국경조정을 가하는 유럽연합(EU) 차원, 또 하나는 탄소국경조정을 부과 받는 우리 차원의 포인트"라고 짚었다.

김 소장은 가격의 객관성 담보를 위한 배출량 산정 범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철강 1톤이라고 하면 이에 대한 배출량을 산정할 때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면서 "수송까지 포함할 것인지 간접배출 즉 전기 성분까지인지, 혹은 철강 연료가 되는 철광석의 친환경성까지도 고려할 것인지가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EU 쪽에서 고민해야 할 포인트는 가격이라는 것은 배출권 거래제의 가격이다. 기본단위가 사업장 단위이다. 탄소 국경세에서 얘기하는 것은 제품의 단위"라면서 "제품단위와 공장단위의 차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에서 두 가지 측면의 유·불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경쟁력과 관련해 우리가 탄소가격 조정을 받았으면 전가할 수 있는지, 또 철강을 생산하는데 대체기술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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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정서용 고려대 교수는 "탄소국경조정 제도에 대해 우리나라는 양자가 아닌 다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소 국경세가 들어오면 우리에게 좋을지 나쁠지 알 수 없다"면서 "EU와 미국시장만 보기 때문에 갇혀있는 것이다. 한국과 EU 또는 한국과 미국 같은 양자로 협상하게 되면 우리가 바게닝 파워가 약하다. WTO나 UNFCCC 같은 다자 협상이 필요하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더 수정의 여지가 있어 민주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단독으로 협상테이블에 나설 경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에 다자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어 정 교수는 "정부가 아직도 너무나 부족한 반면 EU는 굉장히 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앞서 발표에서 탄소국경조정이슈에서 다양한 이슈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면서 "이 복잡한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경제학에서 외부재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WTO에서 외부재 문제에 해당하는 아젠다가 2개 있다. 환경과 노동 이슈"라면서 "이 분야들은 소위 수요공급곡선상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외부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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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연구팀 연구위원.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동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 국경세가 도입되면 환경적 측면보다 경제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수출에 의존하지 않고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럽연합의 탄소도입세가 우리나라에 미칠 유·불리에 대해 "현재 유럽연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 것이 아니기에 이를 따질 수 없다"며 "다만 여태까지 우리나라가 60여년 간 성장할 수 있었던 근원이 자유무역 체제 내에서 전 세계에 마음껏 물건을 판매했다. 이게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탄소도입세가 적용된다면 우리 입장에선 제약이 들어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의 탄소도입세는 그 궁극적인 목적이 환경이란 명분을 갖고 하는 자국 산업 보호다. 따라서 우리 업체 입장에서 무조건 불리하다고 할 수 없겠으나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사업들이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우선 동향 등을 추적하는 것은 물론, 가치 사슬을 다시 점검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행정비용 등 가격의 객관성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유럽연합의 탄소도입 관련해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 등도 보복을 언급했다. 즉 공정성이라는게 이슈가 되면서 자국이 불리하다 여길 경우 국제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유럽연합 ETS의 성격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탄소배출권(ETS)와 유럽의 ETS는 범위 인정 정도와 기준에 차이가 크다. 유럽연합이 어떤 이슈를 내세우느냐에 따라 행정비용이 막대할 수 있다.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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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택 제주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좌장을 맡은 황진택 교수는 "탄소배출권 시장은 우리나라에 긍정적·부정적 측면 모두 영향이 클 것"이라며 "여기 까지 오는데도 진행 과정에서 산업계의 반대 등 여러 문제가 많았지만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발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탄소국경세는 산업계의 유·불리도 중요하지만 국가간 형평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 발전을 못한 개도국들이 이제와서 조금 잘 살려고 하는데 선진국들이 탄소세를 부과하면 과연 이게 형평성에 맞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과 개발도상국 국제무역기구(WTO), 법률가, 은행 등 여러 전문가,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최적의 답을 찾아야 한다"며 토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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