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시각] 미세먼지 연구도 시대에 맞게 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8 12:22

김용표(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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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표(이화여대 화학신소재공학과 교수)

1993~1994년 서울시의 스모그 현상을 연구할 때에는 대기오염물질을 채취하고 분석하여 결과를 해석하는데 3개월 정도 걸렸다. 2019~2020년 서울시의 미세먼지 현상을 연구할 때에는 그 과정이 1년 정도 걸렸다. 충청남도에서 수행한 항공과 지상관측은 결과 해석까지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관측에서 결과 해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관측 항목과 장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에는 미세먼지 성분 분석은 여과지에 미세먼지를 채취하여 무기이온와 원소를 분석하는 정도였다. 그다지 분석과 해석에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항목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과지에 채취한 미세먼지에서 100여 종류의 유기성분과 여러 동위원소를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 단위로 미세먼지와 기체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 고해상도 장비들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항공관측에는 항공기의 운항 속도에 맞추어 1초에 여러 번 분석을 수행하는 장비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유기, 동위원소 분석은 시료를 추출하고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고해상도 장비로 생산한 측정 결과는 데이터양이 막대하여 결과를 확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결과를 해석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시간과 공간 해상도가 높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시공간적으로 미세먼지의 추이를 관측하여 미세먼지 이동 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기체상 전구물질에서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과정을 직접 관측함으로써 어떤 기체 성분이 미세먼지 생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어 효과적인 미세먼지 관리대책 수립에 필수적이다. 또 최근에는 이런 장비를 사용한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야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어, 미세먼지 분야의 국제적인 연구 경쟁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연구체계로는 이런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기에 제약이 크다.

첫째 제약은 우리나라의 연구관리체계이다. 우리나라의 연구과제는 보통 1년 단위로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다음연도 연구 계획을 제시하게 되어있다. 연구재단의 다년도 과제는 원칙적으로는 결과를 최종연도에 제시할 수 있지만, 연차보고와 계획은 제출하여야 한다. 당해연도에 관측한 결과는 기초 자료 정도만 보고서에 제시하고 결과 해석은 다음 연도 보고서에 제시하여야 하니, 평가가 좋게 나오기 힘들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미세먼지 관련 용역과제는 연구 기간이 최대 1년 단위여서 최종보고서에 해석까지 포함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측정 결과만으로는 현상 이해나 효과적인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 해석이 되어야만 한다.

둘째 문제는 유기, 동위원소 분석 장비나 시공간 해상도가 높은 장비를 과제 연구비에서 구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장비들은 한 대에 2억 원부터 최대 10억 원 정도이다. 또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여야 하여 구매하는데 6개월 이상 걸린다. 현재 체계로는 국립기관이나 출연연구소에서는 자체 예산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이런 장비를 구매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 인력이 속해있는 대학에서 우리나라의 정부 연구과제 연구비로는 이런 고가 장비를 구매할 수도 없고, 혹시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1년 단위의 연구과제에서는 활용하기 힘들다.

2016년 5~6월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의 NASA(항공우주국)가 공동으로 KORUS-AQ(한미 대기질 합동연구)라는 우리나라의 대기환경을 연구하는 공동관측 프로그램을 수행하였다. 예비보고서를 2017년 7월에, 본 보고서를 4년 후인 2020년 여름부터 작성하고 있다. 우리도 관측 후 결과를 정리, 해석하는 기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연구체계를 개선하여야 한다. 또 연구자들이 고가의 장비를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우리나라 미세먼지 생성과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여 효과적인 대책 수립과 국제적인 연구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선진국이 되었지만, 아직 예전 체계로 움직이는 분야가 여럿 있다. 몸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은 보기 흉할 뿐만 아니라, 활동하기에도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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