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단지도 차별화된 네이밍 열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8 16:26

도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입지를 강조하거나 펜네임을 다는 등 차별화된 단지명을 짓고 있는 추세다. 사진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용산구 도원삼성래미안 아파트 단지 입구 전경.(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최근 추세에 맞춰 아파트 명에 차별화된 이름을 달고 있다. 브랜드만으로는 경쟁력이 덜하다고 판단, 랜드마크성을 입증할 수 있는 지역명을 강조하거나 펫네임을 붙이는 방식이다. 단지명에 따라 아파트 인지도와 가치상승 정도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리모델링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활발하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브랜드가 달린 아파트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입지적인 면을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도원삼성래미안의 경우는 입지적인 면을 강조한 이름을 고심하고 있다. 이 단지는 행정구역상 용산구에 위치하지만 길 건너편이 마포구에 속하기 때문에 마포생활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주민들은 용산역 인근 용산래미안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현재 ‘용산파크래미안’이라는 이름을 추진하고 있다. 단지명 앞에 용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넣는 것은 물론 단지 인근에 위치한 효창공원이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해당 단지는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려면 삼성물산이 리모델링 시장에 나와야 유리하다.

용산 이촌 현대아파트는 지난해 리모델링 시공사로 롯데건설이 선정되면서 단지명에 ‘르엘’을 적용한다. 이는 리모델링 단지 최초로 르엘을 적용하는 사례다. 르엘은 롯데건설이 서울 강남권에서 주로 적용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인데, 용산의 고급 주거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특성을 지우고 브랜드를 강조한 사례도 나온다. 서울 광진구 자양우성1차는 지난해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더샵 엘리티아로 명명했다. 포스코건설의 브랜드를 강조한데 이어 자양이라는 입지 특성 대신 엘리티아라는 단어로 대체했다.

지난 1월 현대건설로 시공사가 선정된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는 ‘힐스테이트 그레이트 나인’으로 단지명이 바뀔 예정이다. 시공사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에 위대함을 뜻하는 ‘그레이트’, 9단지임을 강조한 ‘나인’을 결합한 이름이다. 특히 그레이트는 힐스테이트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채택에 유리한 단어가 되기도 했다.

리모델링 추진단지는 향후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오래된 재건축 단지는 정부 규제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단점인데 리모델링은 비교적 단 시간에 새 아파트로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이상이 돼야 사업이 가능한 반면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면 사업이 가능해지는 것도 이유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기준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54개 단지(4만551가구)가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다. 2019년에는 37개 단지(2만3935가구)였다.

이처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가치 상승을 노리고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중견 건설업계는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기 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이나 사업 추진 실적을 내고 있었지만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워낙 큰 영향을 미치는데다 수도권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1군 건설사 내에서도 더 상위 건설사들이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으나 공격적인 수주를 이어가고 있어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min0@ekn.kr 

윤민영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