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건설산업 최고 기술은 '안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21 14:44   수정 2021.02.21 15:24:11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손태흥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산업설비 분야 최고 기업 중 하나인 페트로펙(Petrofac)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경영의 핵심이자, 페트로펙의 결정과 행동을 이끄는 6개의 중요한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6개의 가치 중에 첫 번째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혁신’일까? 아니다. 그건 바로 ‘안전’이다. 세계적인 EPC 기업인 미국의 플루어(Flour)도 다르지 않다. 플루어는 무엇보다 작업 현장에서의 안전 확보를 통해 아무도 다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데 힘쓴다고 소개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건설기업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고자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고 멈추지 않을 것이란다. 기업이 추구해야 할 비전을 높은 곳에 두고 도달하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좋은 말이다. 그런데,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기업을 발전시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들어 아무도 다치거나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게 하는 것, 그러한 ‘안전’을 기업의 최고가치로 여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총 2,142명이며, 이 중에 건설업이 570명으로 가장 많다. 다친 사람까지 포함한 재해자 수는 101,305명 중 27,686명으로 독보적인 1위다. 옥외현장에서 시설물을 생산하다 보니 외부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고, 노동집약적이다 보니 다수의 인력 활용이 필수인 건설산업의 민낯이다. 이러다 보니 매스컴에서는 건설업에게 위험한 산업이라는 낙인 같은 명찰을 달고 끊임없이 안전사고 발생을 알린다. 세상을 이롭게 하기에 앞서, 글로벌 건설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에 앞서 안전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자는 성공적인 건설사업은 품질, 공사 기간, 공사비를 발주자의 요구에 맞춰 최대화 또는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건설사업관리의 최종 목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짧은 공사 기간 내에 최대의 품질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돈과 시간으로만 정의되는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건설기업의 최고가치는 ‘안전’일 수 없고, 기업의 문화도 안전보다는 성장과 이익을 우선하게 된다. 필자는 기업이 주장하는 발주자가 필요로 하는 시설물을 제값 받고 제때 완성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다치거나 죽지 않고 사업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성공’적인 건설사업이다.

치열해져만 가는 경쟁 속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제고와 체계적인 경영전략도 필요하겠지만 기업이 궁극적으로 가져가야 할 최고가치는 ‘안전’이다. 황무지에 세운 높은 빌딩도 어마한 양의 물을 담은 거대한 댐도, 많은 근로자의 목숨이 희생됐다면 그건 놀라운 성과가 아니라 씻을 수 없는 과오다. 어쩔 수 없었던 희생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건설산업의 많은 모습을 바꿀 것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효율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스마트 기술의 활용이 확산될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좋은’ 기술도 사업을 더 빠르게 더 싸게만 할 수 있다면 ‘반쪽’짜리 기술이다. 건설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은 안전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문화에 맞는 ‘안전’한 기술이다. 건설산업의 최고 기술은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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