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재건축 고삐 죄는 압구정…매물 부족에 부르는 게 값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21 13:59

"집주인들 원하는 가격에 팔기 딱 좋은 시기"
총회 앞든 신현대12차 한달새 10억 이상 올라

압구정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며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압구정 아파트 일대 전경.(사진=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찾는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원하는 가격에 팔기 딱 좋은 때인 것 같아요"(압구정 A부동산중개법인 대표)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4구역(현대8차, 한양 3·4·6차)이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압구정 재건축 단지 일대가 기대감으로 들썩이는 분위기다. 팔릴 때 마다 직전 거래가보다 수억원에서 최대 10억원 이상 오른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19일 압구정 재건축 단지 일대를 방문했다. 최근 서울에서 가장 열기가 높은 곳이지만 의외로 압구정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밀집 상가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물 문의를 하려고 어디 들어갈지 고민하던 찰나, 직원이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기자임을 밝히고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시장 분위기를 물었다.

A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이미 투자 수요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났다고 해서 매수 문의가 폭발적이지는 않은 분위기"라며 "매물을 문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을 보지도 않고 집을 사려는 수요’이기 때문에 현장 방문 보다는 전화 문의가 많다"고 했다. 수요가 꾸준한 만큼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설명이다.

실거래 시장에서는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가격상승 원인이 ‘유통의 왜곡’에 있다고 주장한다. 살 사람은 많은데, 살 물건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는 대기 수요는 늘 넘쳐나는데, 팔 수 있는 물건은 한정돼 있다. 정부가 규제를 묶어 오히려 시장에 나온 매물에 희소성을 더해 가격상승을 조장했다는 뜻이다.

압구정 일대의 재건축 사업장들이 급히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6·17 대책과 관련이 있다. 당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2년을 실거주 해야 입주권을 준다고 발표했다.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서둘러 조합설립인가에 나서는 이유는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 요건을 피하기 위해서다.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특히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해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4구역의 경우는 한양3차 전용 116㎡의 직전 상한가가 29억원선이었지만 현재 30억원 밑으로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앞으로 조합설립인가가 완료되는 단지가 늘어나면 팔 수 있는 물건이 제한적이므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면서 "개포동에서도 조합이 설립되고 매물이 줄면서 가격이 오른 것을 학습한 집주인들은 조합 설립 후 매물을 내놓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조합설립인가 후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경우는 5년 실거주자, 10년 보유자뿐이다. 이들은 조합이 설립되면 시장에 나온 매물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합 설립 후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면 그때 팔면 되니 매물을 잠가놓는 경우다.

조합설립인가 후 매물을 팔지 못하는 집주인들은 지금 서둘러 물건을 내놓고 있는데, 매수 문의가 꾸준하기 때문에 가격은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조합설립총회가 확정된 곳의 가격은 더욱 강세다. 2구역 신현대12차 전용 182㎡는 매매 가격이 지난달 16일 57억5000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직전 거래가인 43억5000만원보다 무려 14억원이 급등한 가격이다. 3구역 현대2차 전용 196㎡는 지난달 11일 55억원에 팔렸고 직전 최고가인 지난해 8월 49억3000만원의 거래건보다 무려 5억7000만원이 올랐다.

2구역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거래되는 족족 최고가를 기록하니 사기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는 없으나 팔기 좋은 상황인 것은 맞다"며 "정부가 아무리 종부세, 양도세를 강화해도 10년치 세금이 한달 동안의 시세차익보다 못하니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총 1∼6구역으로 이뤄진 압구정 재건축 단지들은 4구역을 계기로 서둘러 조합설립을 위한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5구역(한양1·2차)도 이번 주 조합설립인가 여부가 결정되며 오는 25일에는 2구역(신현대 9·11·12차)이, 28일에는 3구역(현대1∼7, 10·13·14차·대림빌라트)이 조합설립총회를 연다. 1구역은 총회 일정을 조율하고있고 6구역도 총회를 위한 주민동의율을 충족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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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합설립인가를 완료한 압구정4구역을 시작으로 나머지 구역도 조합설립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오는 25일 압구정2구역 조합설립총회 일정을 안내하는 현수막.(사진=윤민영 기자)


min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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