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출 파트너로 롯데지에프알 낙점
롯데지에프알, 패션·색조 결합으로 2천억 매출 기대
이미 한국내 형성된 두터운 코덕층 벌써 기대감 후끈
▲롯데GFR과 샬롯 틸버리 로고. |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구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야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이는 ‘샬롯 틸버리’. 케이트 모스, 지젤 번천 등 유명인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그는 2013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메이크업 브랜드를 설립했는데, 설립 초기부터 유튜브 채널 등 SNS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답게 자사의 화장품으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메이크업 시연 영상을 꾸준히 선보인 것. 5년 전 배우 조지 클루니와아말 클루니의 결혼식 당시 아말 클루니에게 했던 메이크업을 재현한 유튜브 튜토리얼 동영상은 뜨거운 반응을 얻어 27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샬롯 틸버리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81만3000명으로, 맥 코스메틱(61만9000명), 바비브라운(27만3000명), 에스티로더(8만5000명) 등 타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샬롯 틸버리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394만으로 압도적이다. 역시 제품 홍보와 함께 짧은 메이크업 시연 영상이 올라와 있으며 인스타그램 앱 내의 구매 버튼을 누르면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이처럼 샬롯 틸버리는 디지털을 결합한 마케팅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지난 2014년에 선보인 아이 메이크업 컬렉션의 경우 케이스를 열면 뚜껑 안쪽에 있는 화면에서 샬롯 틸버리의 아이 메이크업 시연 동영상이 시작된다. 동영상은 총 4개로 재생 및 정지, 불륨 조절 기능도 탑재돼있다. 단순한 동영상 재생에 그친다는 한계점이 지적되기도 했으나 참신한 시도로 주목받았다.
샬롯틸버리가 국내 코덕(코스메틱 덕후)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것은 MLBB의 창시자 릴리 메이맥의 덕이 컸다. 코스메틱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MLBB는 ‘My Lips But Better’의 약자로 ‘내 입술과 비슷하지만 좀 더 예쁜 입술’을 뜻한다. 샬롯 틸버리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화장품을 써본 뒤 마음에 들면 곧바로 SNS에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를 통해 호주출신 SNS스타 릴리 메이맥이 립스틱 제품 ‘본드걸’의 후기를 올리자 마자 이 상품은 MLBB의 대표격으로 떠올라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등 브랜드 인기가 급상승했다. 현재 41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릴리 메이맥은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어 지난 2016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의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해 6월에는 tvN 프로그램인 ‘현장 토크쇼-택시’에 출연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샬롯 틸버리는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 존 루이스 백화점, 두바이 어벤져스 몰, 홍콩의 IFC몰, 프랑스·싱가폴의 세포라 매장에서 브랜드 설립 10년도 채 되지 않아 판매율 1위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샬롯 틸버리는 로레알, 에스티로더와 같은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인수대상으로 관심을 보이던 중 지난해 6월 스페인의 패션&뷰티 그룹 퓌그(Puig)로부터 12억 파운드(약 1조8000억원)에 최종 인수되며 업계에서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퓌그는 세계 150여 개 국에서 장폴고티에(Jean Paul Gaultier), 니나리치(Nina Ricci) 등 유명 향수를 판매한다. 2019년 기준 매출액은 20억 3000만 유로(2조7600억원)를 기록했다.
▲호주 SNS 스타 릴리 메이맥과 샬롯 틸버리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
이에 따라 롯데지에프알은 샬롯 틸버리의 5년간 국내 시장 운영권을 확보해 뷰티업 진출에 성공했다. 5년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세웠다. 그만큼 샬롯 틸버리를 신사업의 ‘기대주’로 평가한 셈이다.
롯데지에프알 관계자는 "샬롯 틸버리는 영국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브랜드인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색조화장품이 잠시 주춤하고는 있으나 뷰티업계는 계속해서 성장 추세라고 판단해 국내 운영권을 갖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색조화장품은 패션과 함께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색조화장은 코디 및 헤어스타일과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재 색조 부문이 조금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신 눈 화장 제품 등은 판매량이 괜찮았다.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에 잘 준비하면, 백신 도입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된 하반기 이후 보상심리 차원에서 화장품이 선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샬롯 틸버리 국내 입점 소식이 알려지자 코덕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2019년 세포라가 국내에서 문을 열 당시 해외 인기브랜드인 샬롯 틸버리 입점에 대한 기대가 모아졌으나 명단에서 빠지며 한 차례 실망감을 준 바 있어서다. 서 모 씨(32·여)는 "색감이나 발림성 등이 좋다는 색조 제품은 모으고 있다. 아이섀도우계의 요정이라 꼽히는 샬롯 틸버리 아이섀도우 팔레트도 구매하고자 직구를 이용하곤 했다. 국내 입점이 결정되면서 배송비 절감은 물론이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