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차등의결권 도입 논란, 본질은 쿠팡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23 15:59   수정 2021.03.03 10:58:46

산업부 여헌우 기자

2020102101000903400038951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차등의결권 도입 여부를 두고 정치권과 재계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한 의결권을 줘 특정인의 지배력을 강화해주는 장치다. 국내에서는 금지됐지만 미국·유럽 등 금융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사용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17개국에 차등의결권이 있다.



국내에서 펼쳐지는 논란의 시발점은 쿠팡이다.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차등의결권 때문에 미국으로 간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보통주 대비 29배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을 부여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여당과 관련 부서 장관 등도 한 마디씩 거들며 상법 개정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논란의 포커스가 ‘쿠팡’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 차등의결권 도입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은 "쿠팡이 미국 증시로 향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의장의 국적이나 사업구조, 증시 특성 등을 거론하며 쿠팡과 차등의결권의 순기능을 엮는 건 억측이라고 주장한다. 심도 깊게 논의해야할 사항은 차등의결권의 도입 여부다. 쿠팡의 미국행은 본질이 아니다.

정치권의 시각도 ‘쿠팡’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들 창업주의 경영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수준에서 사고가 발전하지 않는다.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고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도 ‘벤처기업법 개정안’이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이지만 ‘대기업은 안된다’는 막연한 정서가 남은 영향이다. 미국 알파벳(구글), 버크셔 해서웨이와 중국 알리바바 등도 차등의결권을 활용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몸집이 큰 공룡기업들이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상승시키는 와중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안착시키고 있다. 공정경제3법, 노동법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재계 목소리는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최근 화두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 코로나19 이익공유제다. 기업하기 참 힘든 상황이다.

매사 ‘균형’이란 게 필요한 법이다. 기업을 견제할 수단을 만들었으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활로도 열어줘야 한다. 차등의결권 도입은 최소한의 노력이다. 유동성이 넘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영권 보호 장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차등의결권이라는 굵직한 의제를 쿠팡 안에 가두지는 말자.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yes@ekn.kr

0

실시간 종합Top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