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게임스탑' 사태와 젊은 세대의 좌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01 10:00

이상호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호교수

▲이상호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경제 분야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뉴스는 단연 미국의 게임스톱(GME) 주식 폭등락 사태이다. 이는 ‘공매도의 명가’로 알려진 미국의 시트론(Citron) 리서치를 포함한 여러 헤지펀드가 온라인 게임 활성화로 이제는 해가 저물어가는 미국의 유명 게임기기 체인점인 GME의 주식을 대규모로 공매도했다가 소위 ‘개미’라고 불리는 일반 투자자들의 공세에 몰려 수조 원의 손실을 본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시트론은 미국 월가에서 유행하는 ‘공매도 리서치’ 기법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 온 대표적인 기관투자가다. 이는 공매도 대상 기업의 비리나 회계 부정, 거짓 등을 조사하고 발표한 후 대상 기업의 주가를 폭락시켜 최대의 이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들 기관은 한때 스타벅스를 능가할 것이라던 중국의 ‘루이싱 커피’의 막대한 부정을 포착하여 투자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도 했지만 멀쩡한 기업을 도산시키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공매도 보고서의 진짜 목적은 투자자를 공포에 질리게 하여 투매를 유발하고 주가를 급락 시켜 공매도 기관의 수익을 극대화 하는데 있다. 특히 힘없는 개인 투자자들을 노골적으로 우롱하는 방법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은 오만한 헤지펀드가 GME가 실제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보다 더 많은 140%의 주식을 ‘무차입’ 공매도한 행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런 상황은 기관이 소위 ‘유령주식’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Reddit)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오히려 GME 주가를 끌어 올림으로써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이다.

헤지펀드 등 월가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2008년 모기지 서브프라임 사태는 월가와 리먼 브러더스 같은 금융권의 무분별한 담보대출 파생상품 판매 등 탐욕스러운 행위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풀어 월가와 은행들을 살리는 선택을 했고 이 과정에서 타격을 입은 미국 전통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다. 수많은 미국 서민들이 직장과 재산을 잃고 파산했으며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반면 구제 금융을 받은 월가와 금융계는 자숙은커녕 오히려 대규모 보너스를 살포하면서 생존을 자축했고 파티를 벌였다. 많은 사람을 비극으로 몰았던 금융 기관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런 기막힌 상황을 목격한 미국인들은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운동을 전개하며 개혁을 시도했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에 헤지펀드와 결전을 벌인 많은 개미는 2008년 사태 이후 월가 등 부도덕한 미국 금융계에 적개심을 가지고 성장한 사람들이다. ‘월가 점령’ 운동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들은 이제 소셜미디어(SNS)와 집단 지성으로 무장하고 월가와 헤지펀드에 복수했다. 성공적인 자본주의의 기반인 공정과 정당한 경쟁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작과 기만 등 불법적이고 약탈적인 행위를 자행하는 월가 기관과 금융계의 막가파식 행동을 응징한 것이다. 또한 이런 부조리를 수수방관하는 정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대결이 아니라 계층 간의 싸움이다.

지금 한국의 2030은 잃어버린 세대다. 줄어드는 일자리, 폭등하는 집값과 물가, 현실에 대한 좌절과 냉소가 이들의 미래를 갈아먹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정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관제 금융을 실시하고 재벌 등 기업을 철권통제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공정과 공평 그리고 정의를 외치는 정부의 독선과 자해적인 정책 집행이 문제의 근원이다. 타락한 자본주의가 국민을 약탈한다는 오해와 달리 정부가 앞장서 국민이 편하게 살 기회를 뺏는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런 부정한 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시도할지 궁금하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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