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 공동주최,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대한민국 에너지시설 안전포럼 2021’의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마련한 ‘대한민국 에너지시설안전포럼 2021’이 그 현장이다. 비대면 온라인 생중계로 이루어진 이 자리엔 에너지시설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석, 열띤 토론을 펼쳤다. 특히 하동명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에너지안전전문원회 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 포럼 패널토론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패널토론의 주제는 ‘에너지시설의 중대재해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였다. 토론에는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 관련 법),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장(방재·화재), 윤진용 한국석유공사 구리지사장(송유),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팀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하동명 교수는 본격 토론에 앞서 "에너지시설에 대한 효율적인 중대재해시스템 가동과 예방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에너지시설 사업장에 대한 안전을 돌아보고 다시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하동명 세명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 |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안전보건과 재해예방 관련 활동과 투자는 고비용 저효과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며 "많은 부분이 형식에만 치중돼 있어 실속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관심과 비난이 업체에 쏟아지고 해당 기관이 모든 잘못을 저지른 악덕기업이 된다"며 "본질적인 문제는 정부와 법 제도"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의 비전문성과 보여주기식 행정, 법제의 비현실성과 실효성 부재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전문성이 없고 현행 법제도마저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엄벌주의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방식"이라며 "집행기관의 전문성, 인프라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은 해당 기업을 희생양 만들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는 부작용만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재정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마저도 본질적인 대책은 아니다"라며 "중장기적 효과를 거두려면 제대로 된 평가체계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보여주기식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안전규제는 서류업무에 치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은 인증을 위한 인증이 되고 있다"며 "순기능도 있지만 페이퍼워크만 양산해 엉성하게 인증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집행기관의 전문성 확보 필요성도 강조했다. 업계의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규제기관부터 전문성을 갖추고 안전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재 공공기관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평가위원들부터가 전문성이 없다. 기업체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보다 모르고 종사한 경험도 없다"며 "집행기관이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기업에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
이 실장은 "사업자와 전문가 입장이 아닌 실질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에너지 유틸리티, 즉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현재 에너지 사용자들의 애로 사항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운영과 공급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을 이야기할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기 안전, 가스 안전, 식수 안전 등을 이야기 하지만 난방 안전에 대해서는 생소할 것"이라며 "난방 안전이야말로 소비자들과 가장 연관성이 깊은 분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 수송관 파열 관련된 부분도 사고가 발생할 만한 위치가 있고 시기가 있는 것인데 원인 치유에 대한 분석은 제쳐두고 파손에 대한 부분만 찾아 다닌다"며 "에너지 소비자 관점에 초점을 맞춘 보완책에 투자를 하면 배관 파손과 관련된 비용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 차원에서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요금 체계를 바꾸려 할 때에도 에너지 소비자가 발 맞춰 갈 수 있도록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이득을 보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통합관리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전기는 전기대로, 가스는 가스대로 에너지원 별로 다르게 관리하는 상황"이라며 "에너지원에 대한 정보를 다 같이 공유하고 소비자와도 나눠야 한다"며 "창의적인 기술적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 현장 안전에 대해서는 "가장 큰 문제는 인화물질 옆에서 화기를 다루는 등 현장에서의 관리체계가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또 "공사기간과 공사비 등을 지킬 수 있는 범위로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는데 공기를 앞당겨야 하고 공사비를 절감해야 하는 등의 시스템은 인재가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나면 당장에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책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시장에 맡기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안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태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실장. |
윤진용 지사장은 "사업장을 운영하다 보면 사업장 정기점검 주기가 분야에 따라 달라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며 사업장 관리에 있어 애로사항에 대해 토로했다. 윤 지사장은 "수유관은 안전관리법에 적용되지만 탱크는 소방처에서 관리해 점검 주기가 다르다"며 "사업장 입장에서는 주기 일맥상통하지 않으니 불편함이 있는데 어렵겠지만 주기나 검사 항목의 일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비에 대한 대응 매뉴얼 역시 항목에 다른 점도 사업장 안전관리에 불편한 부분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윤 지사장은 "특정 설비 공간에 대해 전기안전공사는 밀폐공간으로 분류하고 안전을 위해 점검자가 정해진 시간 내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소방청은 접근조차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설비 시설에 따라 종합 부처가 다른 점은 이해하지만 앞서 제기한 문제처럼 이 부분도 통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부족 현상도 안타까운 문제 중 하나로 짚었다. 윤 지사장은 "현장 안전교육 당시 다른 기관에서 가져온 매뉴얼을 사용하다 보니 감독관도 직원들도 이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결국 직원들이 안전관리에 대한 기피현상까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윤 지사장은 "이러한 다양한 애로사항을 고려해 무조건적인 엄벌을 내리기 보단 사고 발생 시 명확한 원인을 파악해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진용 한국석유공사 구리지사장 |
박우영 팀장은 "안전문화는 장기적으로 성숙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단기적 규제에 매몰돼 큰 그림을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안전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며 원자력 발전에서도 안전을 떼놓을 수 없지만 사람들이 안전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을 어떻게 관리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 데 사회가 급하게 단기적인 규제만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팀장은 "우리나라는 화력발전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에너지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도 큰 데 안전에까지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은 수입을 창출하는 게 아니다"며 "안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넛지 이론이 안전관리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넛지 이론은 자그마한 변화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이론이다. 마트에 진열장 배치를 바꿔서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게 넛지 이론의 한 방식이다. 박 팀장은 "안전에 관해서도 넛지 이론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발전사 안전관리에는 결국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가 성숙한 안전문화를 조성하고 안전이 선순환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견해를 밝혔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자력정책연구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