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정함이 초래한 불공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03 17:18

산업부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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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19 시대에 국민들께 다시 희망을 드리려면 무엇보다 ‘공정’의 가치가 실현돼야 합니다. 법과 질서, 원칙이 지켜지고 기회와 과정이 공평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희망과 열정도 생겨날 수 있으니까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말이다. 이 지사는 그간 공정의 가치를 내세우며 시장 경제의 불공정함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 왔다. 특히 디지털 경제 시대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배달앱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다. 그는 배민의 과도한 수수료와 시장 독점을 비판하며 공공배달앱 ‘배달 특급’을 보급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 결과는 어땠을까. 1년이 지난 지금, 배달 특급 외 모든 공공플랫폼들은 음식배달시장 호황 속에도 1%도 안되는 점유율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배달특급’ 역시 지난해 말 출시했지만 현재 일부 지역(포천시·김포시·수원시·양평군·이천시) 시범 서비스에만 그치고 있어 그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달특급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출시한 공공 앱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이들을 외면한 이유는 민간 배달 앱과 특별한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다. 수수료가 낮아져 소상공인을 부담을 덜고 민간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제공해도 시스템 이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값싼 서비스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원한다. 민간 플랫폼 업체들을 혁신이 아닌 단순 독점 플랫폼으로 바라본 오판이 초래한 결과다. 민간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 시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서비스 혁신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노력을 단순 시장 독과점 행위라고만 해석해선 안되는 이유다. 플랫폼 기업은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고 이를 사려는 소비자를 연결해 수수료를 받아 그걸 다시 질 좋은 서비스로 내놓으며 수익을 창출한다. 공공 앱처럼 정치적 셈법은 깔려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 이재명 도지사는 최근 공공 배달앱에 이어 구직·숙박·부동산 앱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플랫폼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은 이제 그만해야 될 때다. 진정한 시장경제의 공정함을 실현하고 싶다면 기업과 국민 모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nak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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