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공단·광물공사 통합에 밀려 해외 보유 광산 헐값 매각?…자원안보 위협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03 17:42   수정 2021.03.05 22:00:00

'한국광해광업공단법'에 따라 해외자원개발사업 중단
현재 광물공사 보유 광산들 니켈·코발트 매장돼 있어
업계 "떠오르는 핵심 광물인 만큼 섣불리 파는 건 위험"
북한 자원 개발만 허용한 것 두고 "이념적 입법" 비판도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 통합에 밀려 광물공사의 알짜 광산 등 해외 자산 헐값 매각 가능성과 함께 국내 자원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매각이 추진되는 광물공사 보유 해외 광산은 최근 수요 폭발로 가격이 급등하는 니켈·코발트·구리 등 앞으로 떠오르는 전기차와 친환경 사업의 핵심 원자재 광물들이 매장된 곳이다.

 

단순히 5년 째 자본 잠식상태에 있는 광물공사의 부채해결 및 경영 정상화, 광해공단과의 통합 만을 위해 광산 등 해외자산 매각을 서두른다면 해외 자원 의존도만 높여 궁극적으로 한국 산업 경쟁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광해공단과 광물공사를 통합하는 내용의 ‘한국광해광업공단법’ 상 통합 공단의 사업 범위에서 그간 광물공사가 수행해온 해외자원개발이 삭제됐다. 또 광물공사 보유 해외 자산은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설치될 해외자산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매각을 대행 추진토록 했다. 

 

광물공사가 수행한 해외자원개발에 따른 자산과 부채 등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통합 공단이 동반 부실화하는 것을 막고자 별도계정으로서 통합 공단에 해외자산계정을 둬 운영토록 했다.

 

이 통합공단이 이번 문재인 정부 임기(내년 5월 9일 만료) 내 출범하려면 늦어도 내년 초까지 재무구조 정상화 차원의 해외 자산 매각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통합 시간표에 쫓겨 해외 자산 헐값 매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물공사의 해외 자산은 그 규모가 커 수차례 매각시도를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정부가 이처럼 해외광산매각을 급히 서두르는 이유는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무리한 해외개발사업으로부터 광물공사 자본 잠식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광물공사는 현재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코발트광산, 멕시코 볼레오 및 파나마 꼬브레파나마 동광산 등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광물공사는 2010년까지 연간 수익이 500억원에 불과한 공기업이었다.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을 시작으로 해마다 1조원의 빚을 갚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

 

광물공사는 이명박 정부 때 민간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멕시코 구리광산 운영권을 가진 캐나다 바하마이닝사 지분 30%를 약 7600만달러(약 886억5400만원)에 인수했다. 바하마이닝사가 지난 2012년 파산 하자 광물공사는 이 회사가 가진 지분 가운데 76.8%를 인수하면서 운영권을 가져왔다.

 

광물공사는 대규모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부실로 지난 2016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조9000억원에 달한다. 당장 오는 4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5억달러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파산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 동안 광물공사는 다른 공기업처럼 국가신용등급을 적용받아 해외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급한 불을 꺼왔다. 자본잠식상태에서도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 수요가 폭발하는 니켈과 코발트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적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을 포기하고 알짜 광산을 매각할 경우 자원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켈은 전기자동차와 ESS 배터리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료로 꼽힌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 등 원자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광물공사가 보유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은 1억4620만t의 니켈 원광이 매장돼 있어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곳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연간 니켈 3만3000∼4만7000t과 코발트 3000t 안팎을 생산하고 있다.

 

니켈과 코발트가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핵심 원료로 꼽히는 만큼 국내 업체가 암바토비 광산을 인수하면 해외자원을 그대로 우리가 보유할 수 있지만 해외에 매각할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의 니켈 해외 의존도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헐값 매각 우려도 있다. 광물공사 보유 해외 자산 매각은 여러차례 추진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19년 광물공사가 보유한 꼬브레파나마 구리광산 지분매각 공개입찰이 해외 입찰 참가자들의 ‘헐값 매각 시도’에 유찰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광산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핵심 광물로 떠오르는 니켈과 코발트가 매장돼 있는 만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생존력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자원이란 몇 십 년 뒤를 바라봐야 하는데 지금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미래 경쟁력이 높은 자원 광산을 파는 건 위험한 일"이라며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경쟁력 있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 기회"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해외 자원 개발은 이명박 정부 때 자원비리 의혹 때문에 현 정부에선 적폐사업으로 찍혀 있다"며 "그러나 통합 공단의 사업 범위에서 아예 해외 자원 개발을 뺀 것은 국가 경제 및 안보에 중요한 해외 자원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대단히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광물공사 보유 해외 자산의 경우 수요 폭발로 갈수록 비싸지는 니켈·코발트·구리 등 알짜 광산들인데 이걸 무턱대고 팔다간 큰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법’ 에서 통합공단이 해외 자원 개발사업을 할 수 없도록 못박아놓은 반면 남북 경협으로 북한 자원 개발 사업은 할 수 있는 근거를 새로 추가한 것과 관련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 C씨는 "한국광해광업공단법은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집권당이 이념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인 대표 사례"라며 "통합 공단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놓고 북한 자원 개발을 예외적으로 사업범위에 추가한 것은 산업부의 북한 원전 지원 검토 문건 발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진보 정권으로 대북 유화 입장을 보여온  문재인 정부가 대북 경협을 염두에 두고 입법까지 편향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명박 정권이 자원비리로 문제가 됐다면 해외 자원 개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 및 제도 개편을 하면 되지 아예 사업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소 뿔을 고치려다 소를 잡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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