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개정·홈술족 증가에 지난해 47.5% 성장
GS25·세븐일레븐 매출도 급증
제주맥주 한국맥주론 첫 코스닥 상장 앞둬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는 측면이 크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시장 규모가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맥주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앞둔 기업도 생겨날 정도다. 업계는 최근 대기업을 비롯해 치킨업계까지 앞다퉈 수제맥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한국수제맥주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311억 원, 2017년 433억 원, 2018년 633억 원, 2019년 800억 원, 지난해 1180억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성장세만을 따져보면 전년인 2019년보다 무려 47.5%나 증가한 수치다. 역대 최고 성장 폭이다.
업계는 지난해 주세법 개정과 함께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세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주세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맥주 세금 부과 기준은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용량)’으로 바뀌었다. 이에 수제맥주도 출고가가 인하되며 일반 맥주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국내 대표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는 지난해 맥주 출고가를 평균 20% 낮췄다. 이에 기존 500㎖캔 제품 24개입(출고가 5만7600원)를 12.5% 인하한 5만4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1세대 수제맥주 브랜드 카브루도 기존 500㎖ 캔맥주 출고가를 2700원에서 2200원으로 18.5% 낮췄다.
출고가 인하와 홈술족 수요 증가에 힙입은 제주맥주는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연매출 규모가 약 320억 원에 달했는데, 전년(135억원) 대비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제주맥주는 한국 맥주 최초로 코스닥 상장도 눈앞에 두고 있다. 제주맥주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하며 상반기 내 코스닥에 상장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누적 라인업 10여 종을 달성해 시장 다양성에 기여하고 한국 맥주 시장에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등극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의점 등 유통채널의 수제맥주 매출도 증가세가 확연하다. 수제맥주의 매출 비중은 GS25가 2018년 2.1%에서 2019년 7%, 지난해 9~10%까지 성장했고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처음 10%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집에서 밥을 해먹는 ‘집밥족’이 늘면서 함께 먹을 수 있는 수제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직접 만들어먹는 홈메이드에 대한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기존 맥주와 차별화된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 늘었다는 것.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도 직접 만든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술도 아무나 먹는 브랜드가 아닌 차별화된 술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문화적 우월심리를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욕구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초기에 와인이 유행할 때 와인에 대해 잘 알면 문화적으로 우월한 사람인 것처럼 여겨지던 문화가 있어 와인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수제 맥주 역시 와인 유행 당시 현상과 비슷하다. 수제맥주는 개인이 직접 만들면서 차별화할 수 있어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점이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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