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앙 위기] "세계 주요 도시 해안 밀집…2050년 해수면 상승으로 3억명 터전 잃을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4 13:05

[재앙 몰고오는 기후변화⑦] 2부 무엇이 문제인가=해수면 온도 지속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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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파인 섬의 빙하에 크레바스(갈라진 틈. NASA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 2035년 여름. 세 달 째 태풍과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조금 전 할머니와 전화 통화로 안부를 주고 받은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며 살 길이 막막하다는 말씀을 하신 모양이다. 매일 특보가 이어지니 뉴스를 보지 않고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뉴스만 틀면 ‘기후난민’이라는 글자가 자주 눈에 띈다. 우리나라만 물에 갇힌 건 아닌가 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놀러갔던 태국 방콕에서도, 미국 플로리다도 도로며 건물이며 모든 게 물에 잠겼다.

극단적 해수면 상승의 시대가 도래한 가까운 미래 모습이다. 현재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가파르다. 기후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 21세기 말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최대 90㎝가 오른다고 경고한다.

해수면 상승에는 인간의 생존 문제가 달려있다. 태풍과 장마 등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생태계는 물론 식량 생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바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침수 위험도 높다. 몰디브나 투발루 등은 바다 속에 잠겨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험도 제기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두 가지 현상으로 바닷물 높이가 오르는데, 해수온도가 높아져 물 부피가 커지고 남극과 그린란드 등 대륙 빙하가 녹아 바닷물 전체 양이 증가하면서다. 최근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는 기록적으로 사라지는 추세다.

바다는 땅이나 공기보다 많은 열과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해수온도가 높아지려면 엄청난 열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해수면이 상승할 정도로 엄청난 열 에너지가 흡수됐다는 의미다.

권원태 APEC기후변화센터 원장은 "바다는 온돌과 같다. 한번에 열이 전달되는 게 아닌 천천히 온도가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높아진 바다 온도를 식히는 데에도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이라며 "육지 생태계보다 바다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체감하지 않는 순간 위기이기 때문에 미리 해양 보호에 힘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해수면, 산업혁명 이후 20㎝ 상승
21C 후반 최대 92㎝ 오를 전망 

 


현재 해수면은 2만년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 이후 남극과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가 녹으면서 125m 정도 오른 상태다. 특히 산업화 이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 되자 육지의 빙하가 녹고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현재까지 20cm 올랐다.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은 추세로 배출할 경우 21세기 후반에는 전 세계 해수면이 최소 26㎝에서 최대 92㎝ 정도 상승할 전망이다.

해수면이 오르는 속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1993년부터 지난 2018년까지 25년 상승률은 연 3.4mm로 1901년부터 2010년까지 상승률보다 2배 높다.

한반도 해역도 안전하지 않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공개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변동’에서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한반도 연안의 평균 해수면이 해마다 3.12㎜씩 높아졌다.

지금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에는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이 최대 73㎝ 오를 수 있다. 최근 30년 동안(1990~2019년) 약 1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해수면 상승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지는 셈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상 기후 현상이 빨라질 경우 약 10년 뒤인 2030년에는 한반도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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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해역 평균 해수면 전망 그래프. 해양수산부


 

지구온난화가 원인
해수온도 상승·대륙 빙하 녹아 

 


해수면이 오르는 원리는 두 가지다. 바닷물이 빛과 열을 흡수하면서 물 분자의 부피가 커지는 현상과 남극이나 그린란드 등 육지의 빙하가 녹으면서 전체적인 바닷물의 양이 많아지는 현상이다.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지구에서 흡수한 열 에너지 90%는 바다로 흡수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열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구 주변에 그대로 머무른다. 결국 지구에 갇힌 열이 육지 빙하의 얼음을 녹이고 물 분자를 팽창시켜 해수면을 높인다.

물 분자는 보통 온도가 4도일 때 크기가 가장 작다. 즉 지구온난화로 열을 흡수하면서 온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물방울의 부피는 커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 높이가 상승한다.

해수면 상승의 약 45%는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에서 녹은 빙하와 관련이 있다. 남극빙하는 1992년부터 2017년까지 25년 동안 연평균 1100억t 사라졌고 같은 기간 지구의 해수면은 약 7.6㎜ 올랐다. 남극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도 가파르다. 지난 2007년 이후 남극빙하의 연평균 감소량은 1940억t으로 그 이전보다 4배 이상 빠르다.

지난 2019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캘리포니아대가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북극 근처에 있는 지구 최대의 섬이자 빙하의 보고인 그린란드에서 무려 6000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그린란드의 얼음이 다 녹는다고 가정할 때 지구 전체 바닷물 높이가 7m 상승한다고 보고있다. 그린란드나 남극의 빙하는 바다에 떠다니는 해빙(海氷)이 아닌 아예 눈으로 형성된 대륙 빙하이기 때문에 두껍고 높게 형성돼 있다. 남극에는 1600m, 그린란드에는 최대 3000m 두께의 얼음이 쌓여 있다.

빙하는 태양열을 반사하지만 바닷물은 태양열의 90%를 흡수한다. 즉 빙하가 녹을수록 해양온난화의 위험은 더 커진다.

침수

▲집중호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모습, 연합뉴스

 

자연재해부터 기후난민 문제까지
생존 문제 달려 

 


해수면 상승은 단순히 바닷물의 높이가 올라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약 1억1000만명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앞으로 30년 안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 인구수가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은 오는 2050년 해수면 상승으로 땅이 바닷물에 가라앉아 피해 인구가 약 3억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해안지역은 물론 현재 내륙지역에 살고 있는 약 1억5000만명도 해수면 상승 피해를 입는다고 바라봤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100년 약 6억4000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피해가 우려된다. 태국 경우도 방콕 등이 가라앉으면서 전체 인구의 약 10%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등 주변지역이 물에 가라앉으면서 약 1억명이 침수 위험에 처하게 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는 4200만명, 인도는 3500만명에 달한다.

해수면이 1m만 올라도 주요 도시들에게 치명적이다.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 등의 세계 주요 도시가 침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의 경우에도 바닷가와 가까워 침수 위험이 높다. 한국 또한 서울의 1.6배 크기만큼 침수된다. 백사장과 갯벌도 사라진다.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져 ‘기후 난민’이 늘어난다는 문제점도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태풍이나 홍수, 쓰나미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태풍은 해수면의 열이 대기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데, 강풍과 소용돌이가 북쪽으로 올라갈 때 수온이 높은 해역을 지나가면서 대형태풍으로 발달한다. 대형태풍은 풍속이 초속 15m 이상이며 강풍 반경이 500~800㎞에 이른다.

또 홍수가 났을 때 침수된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식량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기후 난민이 속출할 가능성도 높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성질때문에 내륙지대가 해수지대보다 낮거나 동등할 경우 물에 갇힐 수 있다.

 

‘죽음의 바다’·‘바다의 산성화’ 등
해양 문제 심각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까지 위협한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 바닷물 속 산소가 섞이지 않으면서 생물들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생긴다. 지난 1960년부터 2010년까지 50년 동안 전체 바다에서 사라진 산소는 2%, 770억t 이상이다.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와 스미스소니언 환경연구센터 연구진은 최근 50년 동안 물 속에 산소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바닷물이 4배나 늘고 산소 함유량이 떨어진 이른바 ‘죽음의 바다’가 10배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죽음의 바다’가 늘어날수록 생태계에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산소가 고갈된 바다에 사는 동물은 성장이 뒤쳐지고 번식이 줄면서 질병에 걸리거나 죽는 경우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세계해양산소네트워크(GO2NE)는 산소 농도가 다른 해역에서도 계속 떨어진다고 예측하고 있다.

‘바다의 산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바다의 산성화’란 연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가운데 20% 이상이 바다에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많아지면 바다가 빠르게 산성화될 수 밖에 없다. ‘바다의 산성화’는 물고기의 먹이인 플랑크톤 생존에 위협적이다.

또 바다 수온이 높아지고 온실가스가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다의 허파’인 산호초가 대량으로 죽어나가고 있다. 산호초는 해안지역의 침식을 막고 물고기의 보금자리가 되는 등 바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바다 수온 상승에 따른 산호초 지역의 열 스트레스가 지난 1985년보다 3배 이상 강해졌다. 온실가스가 바다로 흡수돼 바닷물의 산성화로 산호초의 탄산칼슘을 녹여 산호초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

또 수온 상승으로 산호초 표면이 하얗게 드러나는 백화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해양생태계도 위험해졌다.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채택된 보고서에는 전 세계 산호초의 약 33%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나와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호초 군락인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3분의 1이 이미 집단 폐사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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