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업계의 '수소차 공방전'...폭스바겐 "미래 없다" vs. 현대차 "과감히 투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5 15:30   수정 2021.03.16 14:15:12

차세대 친환경차 비전 두고 격돌...미래차 新 패권경쟁 서막

폭스바겐 "물리학적으로 타당성 떨어져...비용 문제도 걸림돌"

현대차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적합...기술 꾸준히 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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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과 현대차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박성준 기자]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공룡’ 현대자동차와 폭스바겐이 차세대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의 비전을 두고 장외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가 가능성을 보고 해당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가운데 폭스바겐 측은 ‘수소차는 미래가 없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

양사가 맞붙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수소차가 현재의 기술 한계와 가격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지 여부다.

당장은 설전(舌戰) 수준에 그치는 격돌이지만 그 내면에는 미래차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구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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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쟁점 1. 수소차 기술 발전 한계는 어디? 

 


수소차의 미래를 두고 현대차와 폭스바겐의 의견이 갈리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술 한계 극복 여부다. 차량에 부생수소 등을 저장해뒀다가 동력원이 필요하면 이를 전기로 바꿔 사용하는 게 수소차의 원리다.

일반 전기차가 구동을 위해 배터리→모터로 전기만 이동하면 되는 것과 달리 수소차는 수소탱크→전기분해→배터리→모터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직까지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고 부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내연기관차 퇴출과 관련해 전기차라는 대안이 있는 와중에 수소차 기술이 발전해도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폭스바겐 측 주장이다.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허버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소가 사용되는 자동차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수소차 시장이 거대해질 것이란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고 최소 10년 이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견해에 대해 "물리학적 배경을 살펴보면 타당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수소라는 에너지 자체의 활용도가 높아 한계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3년 처음 양산모델을 출시했을 때와 비교해도 현재 수소차 기술력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소차의 작동 원리를 넘어서 ‘에너지’라는 측면에서 수소차와 전기차의 차이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전기차와 수소차의 구조만 놓고 기술 우위를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넣어둔 전기는 시간이 지나면 손실이 발생하지만 수소는 변황 없이 최대 18개월 가량 저장할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면 모빌리티에서 수소전기차의 역할이 더 커진다. 태양력·풍력 등은 원하는 만큼 에너지를 얻을 수 없어 버려지는 경우가 많지만 수소로 바꿔두면 저장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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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전기차 충전 이미지.

 

쟁점 2. 너무 비싼 수소차
수소차 ‘빛’ 보려는 현대차 vs ‘빚’ 이라는 폭스바겐

 


수소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는 점도 현대차와 폭스바겐이 맞서고 있는 부분이다. 수소차의 차량 설계가 복잡해 전기차 대비 절대적인 가격이 높다는 점, 충전소 건설 등에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번드 헤이드 애널리스트는 "수소차 산업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선 충전 인프라가 급격히 증가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수소차가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여전히 비싸고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FT에 따르면 비용곡선이 떨어지기 위해선 자동차업체들이 보조금 없이 연간 판매량이 10만대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데 유럽의 수소차 연간 판매량은 100대 단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연료전지 기술은 비싸고,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이 기록한 수준만큼 비용이 떨어지지 못했다"며 "이에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수소연료전지 파트너십의 키스 말론 역시 "수소차 시장은 초기에 불과하고 수소차가 임대나 판매로 나가기엔 싸지 않다"며 "핵심 난제는 충전네트워크 확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수소차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워낙 적합해 비용 장벽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전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 자연의 힘을 이용한 전기 생산과 수소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수소를 전기로, 전기를 수소로 바꾸는 기술력이 꾸준히 진화할 것이 분명한데 수소차를 개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수소 경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는 것도 현대차가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다. 충전소 건설 등에 일정 수준 보조금이 흘러 들어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발판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는 충전소를 설치해도 한 대당 15분~1시간 가량 머물러야 하지만 수소차는 5분 내외면 충전이 끝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짜로 발생하는 부생수소 등만 활용해도 수소전기차 수십만대를 굴릴 수 있는 규모"라며 "수소차가 전기차 대비 차량 가격에 대한 장벽이 생긴다 해도 유지비를 낮춰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현재 경쟁구도만 놓고 수소차와 전기차의 ‘규모의 경제’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이 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수소차보다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시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뿐 아니라 테슬라 등 신생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반면 수소차 시장은 현재 현대차, 토요타, 혼다 등이 아직 독식하고 있다. 시장이 더 작더라도 개별 기업이 가져갈 파이는 더 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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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전기차 이미지

 

현대차 vs 폭스바겐, 미래차 新 패권경쟁 서막 

 


시장에서는 설전 수준으로 격돌한 현대차와 폭스바겐의 패러다임 다툼이 미래차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대차 등 선제적으로 투자한 기업들이 수소차의 필요성을 열심히 홍보하는 반면 전기차에 올인한 폭스바겐 등은 가치를 깎아내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폭스바겐 뿐 아니라 전기차 패권 경쟁에 가담한 기업들이 폭스바겐과 비슷한 언급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FT에 따르면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최근 "수소차 개발에 착수한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 진출이 늦은 업체들"이라며 수소차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와 미국이 합작한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자동차 그룹 PSA가 지난 1월 합병한 완성차업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역시 지난 2016년에 수소차에 대해 "매우 멍청하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은 실제 전기차 분야에 300억유로(약 40조 6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유럽 전기차 시장의 70%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이를 위한 비용절감 차원으로 14일(현지시간) 최대 5000명 규모의 직원 감축을 추진 중이다.

FT는 또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수십 년간 수소 분야에 투자를 해왔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어 지난해 마지막으로 추진 중이던 승용차 연료전지 프로젝트를 조용히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현대차와 비슷한 시각으로 수소차의 비전을 찾는 기업들도 있다. 프랑스 르노 측은 "최소 2030년까지 수소 승용차가 실현 가능한 선택지로 떠오르지 않겠지만 소규모·국지적으로 연료전지 기술이 활성화되면 결국 비용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수소전문 시장조사기관 H2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넥쏘 판매량은 6781대(국내 5786대, 해외 995대)로 전 세계 수소 승용차 시장에서 점유율 75.1%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주요 경제국인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이 그동안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에 크게 일조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언젠가 세계 최대의 수소차 시장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는 한편 수소차 보조금은 2022년까지로 연장했다. 수소차에 대한 구매세(10%)를 면제하고 수소차 보급률 목표를 달성한 도시에는 보상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만약 중국이 무언가를 한다면 그것을 자세히 살펴봐야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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