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文 정부 임기 말 알박기 公기관장 좀비되게 놔둘텐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21 16:02   수정 2021.03.28 22:30:11

에너지경제 구동본 에너지환경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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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꼴불견이 많다. 부동산 투기 수법 ‘알박기’도 그 중 하나다. 알박기는 개발 예정지의 땅 일부를 사들인 뒤 사업자의 매각 요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땅값을 올려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리는 것이다.



땅에 알을 박아놓고 그것이 황금알로 변하기를 기다리는 행위라는 뜻에서 그 표현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건전한 사회를 좀먹게 하는 해악이다. 개발 정보를 악용한다는 점,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개발 저지 등 방식으로 다수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알박기와 다소 개념이 다른 사안으로 요즘 사회가 연일 시끄럽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다. 신도시 개발은 일반의 투기를 막기 위해 소수의 정책 당국자 등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개발정보로 땅 투기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다. 촛불운동의 힘으로 공정과 정의를 부르짓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LH사태’가 최근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정의의 허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내로남불의 민낯이 여지없이 까발려진 점도 원인이다.

낯 뜨거운 알박기는 최근 공공기관장 교체작업에도 엿보인다.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70여곳 가까운 기관의 수장이 공석 또는 임기만료로 물갈이 대상이다. 에너지분야 공공기관장도 대부분 올해 임기가 끝난다. 현재 후임자 공모절차를 계획 또는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쳤다. 한국전력의 경우 정부가 다음달 12일 임기 종료인 김종갑 사장을 교체키로 하고 지난 19일 공고를 통해 차기 사장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재훈 사장만 연임이 결정됐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찰 수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발전 공기업 5사의 새 사장 윤곽도 이미 나왔다. 정치인, 관료, 한전 임원 출신들이 사실상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올해 유독 공공기관장 인사의 큰 시장이 열린 데는 이유가 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대거 임명된 공공기관장 3년 임기 만료가 몰려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앞두고 최근 공공기관장을 줄줄이 교체하는 것을 두고 시비하거나 탓할 게 아니다. 임기가 끝난 기관장을 연임시키거나 바꾸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 기관장 임명 절차가 공정한지, 뽑힌 기관장이 적임자인지, 이 기관장이 새 정부에서도 임기를 보장받아야 하는지 등이다. 우선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장 임명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후보를 복수 추천받은 뒤 감독부처 장관이 직접 임명하거나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감독부처 장관이, 또는 이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했다.

그러나 이게 허울이고 형식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다.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한 겉치레라는 뜻이다. 대부분 공모 등 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미리 특정 인사를 정해놓는다. 공공기관장이 전리품이자 논공행상 자리로 전락했다는 평가는 이래서 나온다. 실제로 정권 창출과 운영 등에 기여한 정치인·관료 등이 역대 정권을 불문하고 이 자리를 차지했다.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이에 따른 촛불운동으로 탄생해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하다고 볼 수 없다.

공공기관 운영 법은 ‘공공기관장 추천 후보자로 기업 경영과 그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최고경영자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명시했다. 이런 느슨한 법 규정으로는 논공행상 낙하산을 막거나 적임자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이런 한계로 그간 오히려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임명권 존중 현실론으로 낙하산 인사를 묵인해온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들을 공공기관장으로 발탁, 전면 포진시킴으로써 현장에서 국정과제를 강도 높게 추진하고 정책성과를 제대로 내는 게 국민의 이익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함량 미달 낙하산 공공기관장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퇴임에도 염치 없이 자리보전하는 알박기에 있다. 공공기관장은 국민투표 방식으로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임명권자가 바뀐 만큼 물러나는 게 상식이고 이치다. 정권 재창출이든 교체든 새 정부는 국정 철학·이념·과제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선거를 통해 지지받고 확인한 정책을 힘 있게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민주주의 근본원리다. 그 원리를 구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자신과 함께 일할 공공기관장 임명권이다.

공공기관장이 이를 무시하고 새 정권이 출범했는데도 임기를 남겨뒀다는 이유로 계속 눌러앉아 있겠다는 것은 개인의 이기일 뿐이다. 예컨대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지만 차기 정부에선 아닐 수 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추진 공공기관장이 차기 정부에서도 버티고 앉아 있다면 어찌 되는가. 새 정부 정책을 반대하며 발목 잡기를 하는 좀비로 남을 것인가, 달라진 새 정부 정책을 지지·추진하며 전 정권에 배신하는 변절자로 기생할 것인가를 선택할 뿐이다. 영혼이 없다는 지적을 받지만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직업 공무원과 다르다. 공공기관장이 임명권자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요즘 여권에서는 임기 1년 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 막차를 타기 위해 분주하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대못박기를 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 알박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지금 임명돼도 3년 임기가 보장된다", "지금 임명되면 내년 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임기 중간에 내쫓겨날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 얘기가 빈말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지방법원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기가 보장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였다. 이 법원 판결로 과거 정권 시절 뒷조사를 통해 조용히 사표를 종용하거나 협박을 통해 물러나게 했던 시대는 간 것이다.

최근 이뤄지는 공공기관장 교체가 알박기로 이뤄진다면 차기 정부가 국민에 공약한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임기 초반에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3년 임기 공공기관장과 2년간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런 관행과 제도는 시대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 임명되는 공공기관장이 차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잔여 임기에 상관 없이 새 정부로부터 신임을 받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일은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정권이자 원내 절대 다수의석을 가진 힘 있는 정권이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가 이 작은 것조차 못한다면 그간의 실정을 조금이나 만회할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한다. ‘검수완박’등 개혁 구호도 표리부동 또는 꼼수로밖에 평가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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