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에너지 정책은 ‘미스트롯’이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28 15:13   수정 2021.03.28 15:46:22

에너지경제 민석기 산업부장 / 부국장

czzc.jpg


양지은 씨.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1등(진)을 먹은 주인공이다. 미스트롯2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나는 첫방송부터 그녀를 주목했다. 목소리가 시원한 사이다처럼 터져 나왔고, 고음을 내도 소위 악을 쓰지 않고 자유자재로 꺾어대는 것 자체가 신비로움까지 느껴졌다. ‘내 마음 속의 진’으로 양지은을 찍었고, 강력한 라이벌로 홍지윤, 별사랑, 윤태화까지 해서 모두 4명을 우승감으로 점쳤다. 그런데 나의 귀를 ‘포로’로 만든 4명 중 유일하게 양지은만 중도 탈락했다.



나중에 그녀의 팬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임을 고백하건데, 양지은은 실력파 국악인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고, 제주 출신 중 유일한 무형문화재 ‘판소리흥보가’의 이수자이기도 하고, 전국국악대전에서 ‘심청가’로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미스트롯2의 매 경연에서 실수한 것도 전혀 없어 보였는데, 떨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는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준결승 진출자가 14명이었는데, 학교폭력 사고에 연루돼 더 이상 방송 출연이 불가능하게 된 1명의 ‘대타’로 선정된 것. 뜻밖에 생긴 공석을 채울 ‘패자부활자’로 낙점돼 최종 1등이 됐으니 양지은은 그야말로 ‘신데렐라’다. 당시 양지은에게 주어진 결승전 준비 시간은 약 20시간. 다른 경쟁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최종 1위가 되기까지의 필름을 모두 되돌려보면, 중도 탈락이라는 결과는 결국 ‘아이러니하다’는 점도 말해준다. 음악전문가가 아닌 내가 ‘TV’로 봐도 웬만큼 알아차린 양지은의 실력을 음악전문가 중심의 평가단이 ‘현장’에서 듣고도 몰라봤다는 이야기도 되니까 말이다. 제작진이 어떠한 방식으로 양지은의 탈락을 결정했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관심사가 아니다. 왜냐 하면 미스트롯2는 ‘국가 공인시험’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 민간기업이 수익사업의 하나로 재미있는 요소를 가미해 만드는 것일 뿐이란 의미다.

백운규 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장본인이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그와 함께 일했던 실무진(산업부 공무원 2명)은 구속된 상태다. 월성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이 없다"는 조작을 했다는 건 최재형 감사원장이 먼저 밝혀낸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일 대전지법에선 첫 재판이 열린 만큼 머지 않아 판결도 나올 것이므로 대중의 관심은 여전하다.

원래 월성 1호기는 30년 수명으로 설계됐다. 1983년 가동을 시작했으니 2013년까지다. 그런데 2009년 한전연구원이 "경제성이 있다"는 판정 하에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가동을 연장했다. 미국의 경우 원전 98기 중 88기가 수명 40년을 넘어 60년으로 연장된 걸 보면 흔한 조치임이 자명하다. 2014년 국회예산처는 "안전성, 경제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이 결정됐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19일 취임한 지 꼭 40일 만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이제 탈핵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신규 원전건설은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는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사달이 난 정황이 짙다.



그런데 현실은 2019년부터 원전 가동률을 다시 높이는 정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한국전력이 구매한 전체 전력량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23.7%까지 떨어졌다가 2019년 26.2%로 높아진 뒤 지난해 29.5%까지 뛰었다. 현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2016년 30.8%에 근접한 것.이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년 만에 한전이 발전회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며 준 전력구입비가 9조원 가까이 폭증한 탓이다. 발전 단가가 싼 원전과 석탄발전 대신 단가가 비싼 LNG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 구매를 늘린 결과다. 이는 원전이 경제성 측면에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에너지든 국가의 정책은 미스트롯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여야 한다. 국가 신뢰를 만드는 길이다.

0

실시간 종합Top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