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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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모든 문제에 답을 찾기보다는, 그 답을 찾기 전 어떤 질문을 던질지, 그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할 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본지 주최로 온라인을 통해 열린 ‘2021 금융CEO포럼-빅테크의 금융진출과 K-금융의 미래’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신우석 파트너는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전통 금융사 CEO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신 파트너는 당시 강연에서 전통 금융사들이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수평적인 조직을 구성했는지, 왜 호칭에 직급을 생략했는지 등에 대해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금융사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적용하라는 의미다. "질문에서 답을 찾으라"는 신 파트너의 조언은 단순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 간에 경쟁에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대책과 정책들을 보면 때로는 답을 정해놓고 시작부터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답을 정해놓고 시작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없거나,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작년부터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모펀드 사태나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단순히 펀드 사고를 넘어 자산운용사의 사기 행각,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또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이 어떤 상품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금융소비자, 금융당국의 관리소홀 문제 등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얽힌 사건이었다. 금융사는 사고 이후 금융소비자 신뢰 회복을 외치며 투자자 보호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해당 CEO들에게 잇단 중징계를 내리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막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내놨지만, 감독규정이나 가이드라인 등을 예상보다 늦게 마련한 탓에 현장의 혼란은 계속됐다.
금융사들에게 금융소비자 보호는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들은 더욱 더 금융소비자 보호와 신뢰 회복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당국을 향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먼 듯 하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기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배포하지 않거나, 당국과 금융사 간에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현장에서는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소비자를 ‘잘’ 보호하는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아무리 소비자 보호가 급하다고 해도, 금소법이 또 다른 금융시장의 혼란과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국과 금융사 간에 충분한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이 느끼는 불편 사항은 무엇인지, 왜 금융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상품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