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가로 치솟은 비트코인
외국선 햄버거도 사먹고 택시도 타는데 국내선 ‘유명무실’
본지 60곳 조사했더니 결제 가능 매장 0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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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4월 들어 7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연합뉴스 |
7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고 있는 ‘디지털 골드’ 비트코인. 세계 여행을 다니고 있는 미국인 J씨는 베네수엘라의 한 버거킹 매장에 들러 비트코인으로 햄버거를 사먹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B씨는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가 시내에서 택시비를 비트코인으로 지불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L카페. 국내 비트코인 오프라인 결제 매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 ‘비트쇼핑’에 따르면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나오는 카페다. 에너지경제신문 기자는 이 곳에 들러 자연스럽게 커피를 주문한 후 비트코인 결제를 요청했다. 카페 점주는 "과거 비트코인이 유행할 당시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이용고객이 없어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실거래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결제에 소요되는 시간이 10분 가량으로 길어 비효율적이며,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이 큰 편이라 그때그때 이익과 손해가 바뀌는 기분"이라며 불편한 점까지 두루 설명했다.
4일 현재 비트쇼핑에 명시된 서울·수도권의 비트코인 결제 가능 매장은 200여 곳. 본지가 이 중 60곳을 직접 조사한 결과, 최근 2년 동안 실제 사용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매장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결제 시스템 도입 초기인 2019년 이전에는 어쩌다 암호화폐로 결제하려는 손님이 있었다"면서 "그 당시에는 비트코인이 워낙 이슈였고 호기심에 사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연일 급등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화폐로서의 기능이 어려운 결정적 이유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처리 속도’를 꼽았다. 실제로 오프라인 결제시 코인을 받는 1~2분 사이에 지불금액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률은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비트코인에 대해 "가치 저장수단보다는 투기적 수단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암호화폐 도입을 최대한 늦추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는 종이화폐 대비 불안정하기 때문에 상용화는 아직 먼 얘기"라며 "시장에서 화폐로서의 가치를 매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격 변동성을 안정화시키면 결제수단으로의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정부가 개입해서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구조가 되면 암호화폐도 빠르게 우리 일상에 도입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통제되는 순간 암호화폐는 그 고유의 가치를 잃게 돼 경쟁력이 흐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취재팀=김건우·손영수·김기령·이서연·곽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