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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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교수 |
지난해말 문재인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얼마전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기업들이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하고 합리적인 에너지전환을 추구하기 위하여 ‘에너지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는 정부와 지자체, 산업체의 ’탄소중립‘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탄소중립 시대‘가 도래한 듯 하다.
‘탄소중립’은 연료 연소 등으로 배출한 온실가스를 ‘숲 조성’과 탄소포집저장(CCS) 등으로 제거하여,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게 되는 것을 말하며,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 또는 ‘넷 제로’라고도 한다. ‘탄소중립’은 파리협정에 따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지난해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 따른 국가별 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다. 우리나라만 선언한 것이 아니고, 이미 EU,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가 70여 국가가 선언에 참여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매년 7억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는데, ‘탄소중립’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강, 발전, 석유화학 등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또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여야 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포스코가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도입하여 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의 10%를 배출하고 있는 최대 배출원임을 생각하면 그 선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 2~6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력발전 공기업들도 앞다투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현재 4% 정도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50년 64%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탄소중립’선언은 관련 연구개발(R&D) 생태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과 화학연구원 등이 잇따라 세계 최고의 에너지전환 효율을 가진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한수원은 국내 최대 해상 태양광발전 실험에 성공하였으며, 국내 기업들은 해상풍력발전용 부유체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 발간된 저서에서 빌 게이츠 는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서, 첫째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해야 하고, 둘째 재생에너지 기술을 더 빨리 더 현명하게 사용해야 하며, 셋째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계뿐 아니라 지자체의 적극적인 동참과 함께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사업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확대는 지자체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도시에서는 에너지의 ⅔가 건물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국민들 참여와 적극적인 실천이 없이는 ‘탄소중립’을 엄두도 낼 수 없다.
이와 함께, 30년간 추진될 장기 정책을 위한 법적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추진 실적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시끌벅적했던 재보선이 끝났다. 선거과정에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섰지만 기후위기는 보수 진보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기후재앙을 피하는 데 여야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지방선거가 막 끝난 시점이지만, 누가 시장이 되고 내년 대선에서 어느 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더라도 ‘탄소중립’은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한다.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키고, 기후위기에서 우리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