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에서 옷감을 판매하는 상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예닮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유예닮 기자] "30년 동안 일하고 있는데 요즘이 제일 힘들어. 점심시간인데도 손님 발길이 보이지 않아요."
지난 9일 서울시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한 옷감 판매상은 ‘힘들다’는 말에 강한 힘을 주며 고개를 떨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년,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와 금융권 등 민관의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으나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미봉책일 뿐 코로나19 장기화로 얼어붙은 실물 경제를 풀기엔 힘들다는 것. 여기에 치솟는 물가도 짐이 되는 상황이다.
광장시장은 서울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전통 거래 시장이다. ‘먹거리 골목’이 워낙 유명해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져 서울을 방문했다면 한번 정도 찾는 장소다. 광장시장 대표 먹거리로 꼽히는 것은 빈대떡과 잔치국수, 고기전, 육회, 대구탕 등. 그렇다 보니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몰려 발 디딜 틈 없는 경우를 마주할 수 있다.
그런데 기자가 찾은 이날의 광장시장은 예년과 다른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깨를 부딪히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의 발 밟기가 일쑤였던 이곳이 텅 비어 있었던 것. 좁은 시장 골목은 사람에 치이는 것 없이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으며,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식당들은 자리가 남아돌았다. 시장 안쪽에 모여 있는 한복 집들과 포목점엔 소비자보다 상인들이 더 많을 정도다.
▲코로나19 전(위)과 후의 광장시장. 국내시장백과·유예닮 기자 |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여행객은 약 250만명으로 전년 동기 1750만명과 비교해 85% 급감했다.
한복과 주단 판매점이 모여 있는 광장시장 2층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이 층 한 바퀴를 돌아봤으나 한명의 소비자도 마주할 수 없었다. 옷감을 파는 한 상인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 결혼식 추세가 한복을 맞추기 보다 대여하는 상황이라 수요가 감소했는데, 여기에 코로나19로 결혼식마저 미뤄지거나 하지 않다 보니 찾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때 한복으로 최고였던 광장시장이었는데…"라며 아쉬운 심정을 드러냈다. 시장의 상황은 폐점한 점포들로 여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시장 내에서 만난 한 20대 방문객은 "빈대떡을 먹고자 잠시 왔는데 전에 비해 사람이 없다"며 "특히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없다. 확실히 상황이 좋지 않은 듯 하다"며 분위기를 읽었다.
광장시장뿐 아니라 전통시장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5월 이후 전통시장 상인들의 체감 실적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체감 실적을 보여주는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5월 이후 모든 항목에서 100을 넘은 수치가 없다. 100을 넘으면 전월 대비 체감 업황이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로썬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통시장 경기실사지수(BSI). 100을 넘겨야 전월보다 업황이 나아진 것인데, 지난해 5월 이후 계속해서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