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인터넷전문은행, 자체 플랫폼 구축...고심깊은 금융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13 08:10

자체 플랫폼 경쟁력 강화-빅테크와 협업...‘따로 또 같이’ 전략



빅테크 기업 영향력 확대...전통금융사 플랫폼 ‘종속’ 우려도



빅테크, ‘빠른 의사결정 속도-온라인 기반’ 강점



인터넷전문은행 ‘디지털 경쟁’ 대안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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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뱅킹.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시장에 빠른 속도로 진출하면서 올해 목표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앞세운 국내 금융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은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 자체 플랫폼 구축 등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다양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을 뛰어넘을 만한 플랫폼을 구축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시장 저변 넓히는 네이버...전통금융사 ‘따로 또 같이’ 전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따로 또 같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모색하면서 플랫폼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식이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네이버와 손잡고 금융, IT를 융합한 디지털 혁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우리은행과 네이버는 금융과 IT/포털서비스 분야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융합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네이버쇼핑 등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에서 점차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작년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출시한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통해 금융 이력이 없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씬파일러 사업자에게 비교적 낮은 금리와 높은 대출 한도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우리은행과 함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 MOU를 맺었다.

 

몸집 가벼운 빅테크 VS 사회적 책임 막중한 금융사 

 


다만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을 바라보는 전통 금융사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한층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에 전통 금융사들의 명운이 달린 것은 분명하나,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만 모색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시장 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향후 전통 금융사들이 빅테크 기업들의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과 선을 긋고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전통 금융사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다"며 "자칫하면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에 전통 금융사들이 종속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자체 플랫폼의 경쟁력은 강화하면서 IT 등 이종업종과 협업을 모색하는 것이 현재 금융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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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지주.


빅테크 기업들은 점포가 없어 전통 금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다 당국의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비껴가 있는 점도 금융권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긴 했지만 아직 4대 은행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며 "전통 금융사들이 한국판 뉴딜 등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 달리 빅테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정부의 규제나 사회적 역할 등 측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각종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안될까...일각선 ‘회의론’도 

 



결국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금융 서비스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처럼 금융사가 모든 상품을 공급하고, 금융소비자를 끌어오겠다는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로는 디지털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사가 최근 기존 인터넷은행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의사결정 속도나 조직 문화 등을 혁신하지 않는다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뚜렷한 대안이 될 지는 미지수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사 관계자는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언제 어디서든 접근 가능한 사물인터넷(IoT)와 같이 금융사들도 언제 어디서든 고객들이 접할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며 "기존 금융사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지,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기업과 어떠한 방식으로 협업할지 등을 모색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경우 제 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혁신기술을 보유한 I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것이 본래 취지"라며 "전통 금융지주사들이 최대주주이고, 의사결정 구조나 사업 방식이 전통 금융사와 별 차이가 없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새로 설립한다고 해도 인테넷전문은행,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요소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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