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승욱 산업부 장관 내정 관전 포인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18 15:50

에너지경제 구동본 에너지환경부장/부국장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국가 권력 구도와 정책 방향은 인사로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4.16 개각이 눈길을 끈다. 이번 개각은 사실상 민심수습 쇄신방안으로 나왔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참패 이후 9일만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를 1년 하고 13일 남겨 둔 시점이다.

 

당연히 이번 국무총리와 5개 부처 내각 선수교체에 담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도 많을 것이다. 특히 실물 경제정책 사령탑을 바꾼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차관급)이 내정된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문 후보자 발탁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현 정부 실세들과 가까운 인사의 기용이다. 둘째, 본부 차관을 지내지 않은 차관급을 장관 후보자 자리에 앉힌 점이다. 셋째, 차관과 함께 에너지정책의 경험이 적은 장관 후보자 인선이다. 이게 무슨 대수냐 할 수 있지만 여기에 담긴 의미는 작지 않다.

 

문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문 대통령의 민정수석 시절 김경수 경남지사와 함께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그게 계기가 돼 2018년 김경수 지사가 차관급 경남 도백으로 당선되자 문 후보자는 경남 경제부지사(1급)로 내려갔다. 문 후보자는 당시 중앙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1급) 현직을 그만두고 지방정부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관가 관행상 특별한 결단이 아니고선 하기 어려운 일로 받아졌다. 

 

내년 대권 도전이 유력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도 인연이 있다. 산업부 장관 출신 정 전 총리가 총리직에 오른 뒤엔 경제사회분야 정책조정 실무를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2차장으로 영전했다. 

 

문 후보자가 권력 실세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책 추진에 실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자신의 소신을 관철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문 후보자는 또 방위사업청 한국형헬기개발사업단 민군협력부장에 이어 방사청 차장(1급)도 지냈다. 방위산업이 산업부 소관이지만 방사청이 국방부 소속기관이란 점에서 보면 다소 이례적인 경력이다. 

 

다른 중앙부처 소속 기관과 지방정부에서 일했고 부처 간 이해 조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능력까지 인정받아온 셈이다. 이해관계 조정 현안이 많은 산업부의 정책 추진을 원만하게 이끌 적임자란 얘기다. 이게 그에 대해 기대를 갖는 이유다. 

 

문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차관급에서 곧바로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두 번째 케이스다. 현 성윤모 장관도 차관급 특허청장을 역임한 뒤 장관이 됐다. 

 

산업부 장관이 차관 또는 차관급 출신이냐는 부처의 위상과도 관련 있다. 부처 위상은 개인 능력보다 조직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부는 외교부에서 통상교섭 업무를 이관받았지만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행정 각부 18개 중 11번째다. 우리나라가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뒷북 대응 논란을 빚은 것도 산업부의 이런 현주소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문 후보자는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친정 기획재정부에서 한 우물만 판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닮았다. 홍 부총리는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쳐 부총리에 오른 뒤 총 7번의 사퇴설과 교체설에 휘말렸다. 그런데도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을 세웠고 이젠 국무총리 대행까지 맡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자가 홍 부총리의 복사판이 돼선 곤란하다. 집권당에 끌려 다니며 수시로 소신을 꺾었다는 평가에 ‘홍백기’, ‘홍두사미’ 등 불명예도 얻었다. 문 후보자는 이런 홍 부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임명권자나 거대여당의 눈치를 살피고 사사로이 실세와의 의리만 챙기는 자세라면 차라리 중도 포기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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