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석탄발전소를 컴퓨터칩으로 보는 愚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28 16:17   수정 2021.04.28 16:18:40

에너지경제 민석기 산업부장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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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선 꽤 유명한 ‘무어의 법칙’이란 게 있다. 1965년 당시 한 반도체 회사의 연구소장이던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잡지 기고를 준비하다가 ‘반도체 칩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매년 두 배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는 인텔을 창업했고, 1975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에서 기존 주장을 수정해서 12개월마다가 아니라 18개월마다 트랜지스터의 수가 두 배로 늘 것이라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발표한다. 최근 들어선 집적 증가 속도가 다소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해도, 지금까지 40년 이상을 잘 지켜왔다.



오늘날 개발된 컴퓨터 칩에 1970년대 만들어진 것보다 약 100만배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들어가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기업들이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계속 개발한 덕분이다. 세계 최대 산업 중 하나인 에너지도 트랜지스터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탄소중립 같은 글로벌 이슈도 없었으리라.

하지만 현실은 단연코 ‘노’라고 말할 수 있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명확해 보인다. 트랜지스터처럼 백만 배나 더 적은 휘발유를 사용해도 굴러가는 자동차기술은 당장 없어서다. 앞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포드 차량의 주행거리는 1908년 첫 출시 때 리터 당 9㎞. 지금은 25㎞ 안팎이니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작(?) 3배 가량 늘었을 뿐이다. 태양열을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도 지난 40년 간 두 배 정도 발전했다. 에너지 기술 개발이 트랜지스터 개발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 즉 훨씬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에너지 전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경고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다.

화제를 석탄발전소로 돌려보자. 강원도에 있는 삼척블루파워와 강릉에코파워. 이 곳에서 2기씩 짓고 있는 두 화력발전소는 2013년 정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공사를 진행해왔다. 공정률은 올해 3월 기준 삼척 38%, 강릉 67%이며, 지금까지 8년 동안 투입된 돈은 2조7000억원, 3조9000억원. 설비 용량은 신형 원전 3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당과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된 민간 발전사업을 중도에 무산시키려 한다는 시각이 업계에 팽배하다. 기업 재산권을 침해하고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깨는 크나 큰 심각성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정부는 국내 발전량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원전·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진행마저도 순조롭지 않다. 2024년 문 닫는 삼천포 화력발전소 3·4호기를 대체하기 위해 2017년부터 추진해온 대구 LNG발전소 건설은 지역사회와 환경단체가 반발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경남 함안, 충북 음성, 경기 남양주시, 경북 구미 등에서 진행하는 LNG발전소 사업 역시 표류 상태다. 신재생에너지는 늘어난 설비만큼 전력 공급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설비 용량이 약 30% 늘었지만 발전량은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날씨에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약점 때문이다.

현 정권은 출범 직후 기존 에너지 계획의 틀을 뒤엎으면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도 않았다. 내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심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석탄 발전이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일관성 없는 변화는 민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2050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큰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3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기술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민·관협의체(R&D 라운드테이블) 첫 회의에서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현재나 미래나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 시스템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지속하고,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멈추는’ 것이다. 조변석개식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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