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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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편집위원 |
지금까지 미국 성인의 55%가 1회 이상 접종을 받을 정도로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점들이 닫았던 문을 열어 제치고 소비가 되살아나 경제회복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로 아직도 경제 흐름 곳곳이 막혀 있어 자영업자 등의 고통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할 때 부럽기 짝이 없다.
우리 정부도 오는 11월에는 전체 인구의 70%를 웃도는 3600만명에게 접종을 완료함으로써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백신 접종 인구를 이렇게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리는 것은 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덜어내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최선의 방책임은 미국을 보더라도 입증이 된다.
집단면역이란 인구 상당수가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짐으로써 사회 전체가 면역에 이르게 된 상태를 의미한다. 물론 코로나 사태를 두고 이런 개념의 집단면역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론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문가들을 인용해 "(백신 접종을 늘려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없어질 것 같지 않다"고 집단면역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통제불능은 아니더라도 관리가능한 위협으로서 코로나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자문기구인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앞서 "전 국민의 70%가 코로나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같은 맥락의 의견을 내놨다. 매년 독감 백신을 맞듯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말도 ‘관리가능한 위협’이라는 표현과 맥이 닿는다.
하지만 집단면역이 의심을 산다고 해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늘리는 작업의 의미가 약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 인도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대재난에 대한 걱정없이 독감처럼 통제 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도 백신 접종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충분히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백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백신 공급을 놓고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 벌어진 화이자 백신 부족 사태는 정부가 지난달까지 300만명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채우려 2차분 백신을 1차 접종자에 앞당겨 배분한 때문이라고 한다. 화이자는 1·2차 접종 간격이 3주로 짧은데 대폭 늘린 1차 접종자의 2차 접종 시한이 무더기로 닥치다 보니 1차 접종할 물량이 부족하게 됐다는 것이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이런 꼼수로는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부가 지난달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총량적인 물량 확보를 늘렸다고 떠벌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백신별로 구체적인 도입시기와 공급물량, 세부적인 접종 계획을 투명하고 소상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차질이 없도록 꼼꼼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접종 순위가 늦은 국민도 정부를 믿고 차분하게 순서를 기다릴 수 있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는 것도 접종율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다. 백신량도 부족한데 있는 백신마저 기피하며 특정 백신에만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접종후 신체마비 등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상투적인 발표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성의 있고 신속한 조사활동을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인과관계의 개연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료조치와 보상이 수반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더라도 코로나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백신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없다. 정부가 나름의 기준을 세워 정한 순서에 따라 차별없이 백신을 맞는 것은 국민으로서 누구나 누리는 당연한 권리다. 동시에 자신과 가족, 이웃의 건강을 지키고 공동체의 일상과 경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임을 외면해선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21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백신의 종주국인 미국을 상대로 백신확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함으로써 정부의 백신접종 목표 실현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